"새해엔 마부위침 정신으로 대형 프로젝트 드라이브 걸 것"
`마부위침(磨斧爲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ICT R&D 국가대표를 자임하는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새해를 바라보며 내놓은 화두다. 김 원장은 ETRI의 새해 상황이 올해보다 특별히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인내를 갖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중국 당나라 이백의 고사를 인용해 경영방침의 일단을 내비쳤다. `차근차근`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10 Years start up` 캠페인 얘기도 꺼냈다. ETRI 연구원이라면 10년에 한번쯤은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올 한해 머리를 싸맸던 위기경영 수습과 성과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섰던 김 원장의 입을 통해 2013년을 평가하고 새해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올해 ETRI에서 창업은 4건입니다. 10~20명 단위의 팀으로 창업에 나서는 사례도 있습니다. 점차 창업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김 원장은 `10년차 스타트업`과 관련해 창업한다면 인건비와 연구비, 나아가 인큐베이팅까지 전폭 지원할 방침이다. 실패하면 돌아올 자리도 다 보장해준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것이 김 원장의 지론이다.
기술사업화가 ETRI를 포함해 30~40년간 40조원가량을 쏟아 부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절박한 현안이라는 인식이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해 김 원장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창업기업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과 기존 중소기업의 가치 증대를 통한 기존 일자리 확대 방안이 있다는 것.
김 원장은 “ETRI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백·만·조(百·萬·兆) 전략`을 세워 놨다”며 “100개의 기술창업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과 1실 1기업 맞춤형 기술지원 및 R&D사업화트랙 등을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기존 일자리 확대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만조 전략은 ETRI가 오는 2017년까지 창업 100개, 기술지원 500개 업체를 통해 일자리 1만개를 만들고, 이들 기업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이다.
출연연 최초의 기술지주회사인 에트리홀딩스 얘기도 꺼냈다. 에트리홀딩스는 지난 3년간 20개 연구소기업을 탄생시켰다. 향후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융합형 연구소기업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예정이다.
“현재 ETRI는 연구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성장지원을 통해 M&A, 코스닥·코넥스 상장 등 다양한 형태로 조기 출구전략을 마련 중입니다.”
김 원장은 출연연이 기술이전 대비 제품화 사례가 적은 것에 대해 “출연연 모두의 공통된 고민사항”이라며 “중소기업의 현장을 우리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원장은 `중소기업 현장 속에 문제가 있고 중소기업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스킨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면 R&D 결과물이 제대로 제품화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TRI는 `상용화 현장연구 제도`를 도입해 이에 대응하고 있다. 연구원이 직접 중소기업에 파견돼 각종 현안사항을 해결해 주는 제도다.
ETRI는 올해 375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중 중소기업 비중이 99%나 된다. 모임스톤(WiFi 스마트 멀티미디어 단말장치 기술)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에 WiFi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해 경기도 교육청과 LG유플러스 등에 납품했다. 에넴누리(방송접목형 참여형방송기술)는 참여형 방송솔루션을 출시하고 해외진출을 모색 중이다.
10년 이상 오래된 관계에서 성공한 사례도 있다. 건아정보기술(차량번호판 자동인식 기술)의 경우, ETRI 연구인력이 장기간 현장에 파견돼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관공서 납품시험 등을 거쳐 20년 이상 국내 시장을 주도하며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ETRI의 기술료 수익 364억원 중 특허 부문이 전체의 55%인 200억원이다. 특허 라이선싱과 특허풀 운용, 특허소송 등을 통해 확보한 재원이다.
ETRI는 표준특허 309개를 확보하고 있다. MPEG4-AVC, LTE를 비롯한 총 11개 특허풀에도 가입돼 있다. 표준특허 한 개 가치는 대략 1000만달러에 달한다.
올해 대표적인 성과로는 통역앱인 `지니톡`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출연연이 사회적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제시한 케이스로 `지니톡`이 진화한 형태의 `지니튜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영어 사교육을 극복하기 위해 EBS 영어교육 활성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는 단방향이 한계라는 것.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지니튜터라고 설명했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때 시범방송할 UHDTV도 성과 중의 하나로 꼽았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현재 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ETRI 기술을 활용한 UHDTV가 IT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눈길 잡는 연구과제로는 기가코리아 사업과 세이프 네트워크 기술 등을 제시했다.
기가코리아 프로젝트를 두고 김 원장은 10년 만에 전전자교환기(TDX)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같은 과제가 시동을 건 셈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기가코리아사업단은 지난 9월 출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 기가속도를 시연할 계획이다. 2020년 마무리되면 기가시대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 사업에는 오는 2020년까지 5500억을 투입한다. 내년엔 400억원가량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이프 네트워크 기술은 해킹을 비롯한 피싱, 스미싱, 파밍 등 사이버 사기행위를 막을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모바일 원격오피스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국가기간시설 은닉을 통한 사이버 테러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세이프 네트워크가 제2의 메가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봤다. 오는 2015년까지 개발한다. 행정, 교육, 국방 등 5대 기간망에 적용한 뒤 민수용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라는 아이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10년간 연 410억원의 규모로 기획돼 현재 대형융합기술군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연구환경 안정화 추진을 위해 예산확보에 치중한 결과 내년도 정부출연금 예산은 전년대비 108억원 증액된 905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중소기업지원 전담인력 인건비로 60억원도 추가했습니다.”
김 원장은 내년 창조경제 구현과 국민행복 실현을 위해 정부의 국정과제와 연계해 정부 및 민간 수탁사업을 약 5280억원 규모로 발굴·추진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나름의 창조경제 접근법도 내놨다.
“창조경제는 엄청난 에너지를 창출하는 `도전`입니다. 어렵다는 논란도 많았지만, 아인슈타인의 E=MC2로 풀어볼 수 있습니다. E를 창조경제로 보면, M은 머니고, C는 창조와 융합(Creation & Convergence)입니다. 엄청난 에너지죠.”
김 원장은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접근법을 제시했다. 1단계는 융합이고, 2단계는 창조, 3단계는 사업화, 즉 `돈벌이`로 진입한다는 것.
김 원장은 “사업화를 위해선 도전문화를 갖춰야 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도 이제는 돈 번다로 바뀌어야 한다”며 “5년 뒤엔 우리나라가 창조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직 운영과 관련해 김 원장은 “임무연계형 조직을 기반으로 ETRI의 중점연구 분야인 `C-P(S)-N-D`(콘텐츠·플랫폼·디바이스·네트워크) 핵심기술 확보를 목표로 조직의 틀을 짜 놨다”며 “미래창조과학부와 연계해 ICT 미래전략기술(10대 핵심기술, 15대 서비스) 및 공공기술개발을 확대를 강화하고 창조경제 견인차로서 중소기업 가상 공동연구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탓 론`도 꺼내놨다. ETRI가 `명품 도자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서로 남 탓하기 전에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래부 장관께서도 자율과 권한, 책임 다 줄테니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출연연이 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등산을 통해 건강을 챙긴다는 김 원장은 “국민 1인당 GNP 5만달러가 돼야 등산시대가 온다는데 산에 가보면 역동성이 느껴진다”며 “곧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대구 태생이다. 1956년생.
경북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전자공학과(75학번)를 졸업했다. 미국 볼 주립대서 석사(전산학 전공)학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서 박사학위(전산학 전공)를 받았다. 2008년엔 미국 MIT 슬로언경영대학원에서 전략과 혁신 전문가 과정을 1년간 수료했다.
1983년 KIST 시스템공학연구소 근무를 시작으로 ETRI 내장형SW연구팀 팀장, 임베디드SW기술센터 센터장, 혁신위원회 위원장, 임베디드SW연구단 단장을 지냈다.
2008년 ETRI 기획본부 본부장 역할을 수행하다 1년간 미국 MIT 전자연구실험실(RLE)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9년 ETRI 스마트 그리드 기획 TFT장을 맡다 2009년부터 ETRI 원장에 취임했다.
대외활동으로는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과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대한임베디드공학회 회장, 한국통신학회 부회장, 한국지식재산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