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사의 과열 휴대폰 보조금에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 폭탄을 부과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주말 전체회의에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의 과열 휴대폰 보조금에 따른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용자 차별)에 대해 SK텔레콤 560억원·KT 297억원·LG유플러스 207억원 등 총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주도사업자 선정이 명확하지 않아 신규 가입자 모집금지(영업금지) 처분은 부과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규제 조사방법을 놓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스스로 신뢰성을 의심하고 나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스로도 못 믿는 방통위”
지난 27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수차례 제재에도 불구하고 과열 보조금 경쟁을 벌인 이통사에 대한 성토만큼 조사방법론에 대한 의문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영업정지를 내릴 `주도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한 것 역시 조사 방법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SK텔레콤의 벌점)73점과 (KT의)72점에 대해 엄격한 차이를 두는 것이 위원회 스스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며 “적정한 조사방법으로 결과가 완성됐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문석 상임위원도 “시장 조사요원 수가 워낙 적고 샘플의 안정성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조사의 기본적 한계가 너무 명확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간 시간대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치고 빠지기`의 이른바 스팟 보조금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시장 혼탁을 야기한 이통사를 제대로 분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통신사에 미안해”…제조사 보조금이 절반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보조금 관련) 과징금을 매길 때마다 제조사도 공동으로 보조금을 주는데 통신사에만 과징금을 매겨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규제기관이 규제 대상 기업에 미안하다는 의사를 표시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제조사 보조금이 전체 보조금에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과열 경쟁에 따른 제재는 통신사만 받고 있는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기간(5월 17일~7월 16일·8월 22일~10월 31일) 내 평균 위반 보조금인 41만4000원 중 절반 정도는 제조사의 몫으로 추정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시기별로 명확히 구분할 순 없지만 제조사 보조금이 40~50% 정도를 차지한다”며 “통신사도 모르게 유통단과 직접 거래하는 금액은 추정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 자료인 단말기 할부원금은 통신사 전산에서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런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통과되면 과도한 과징금에 대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방통위가 스스로 규제의 타당성에 신뢰를 제기하는 상황이라 통신사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매출 대비 가장 높은 과징금을 받은 LG유플러스 한 관계자는 “방통위의 제재에 토를 달기는 어렵다”면서도 “벌점이 가장 낮은데도 가중치가 가장 높은 점은 과징금 부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SK텔레콤은 “시장 과열이 발생할 경우 즉시 조사해야 주도 사업자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조사가 징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과도한 과징금 대신 시장 안정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휴대폰 과열보조금 관련 제재 내역
*벌점 산정 방식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