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톈진에 법인을 세울 때만 해도 저임금을 바라보고 들어왔습니다. 당시에는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 공장을 운영했다면 이제는 현지 시장 대응이 목표입니다. 그룹장을 100%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 체제를 완전히 현지화하려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삼성전기 내에서도 중국 통으로 꼽히는 박상휘 상무의 말이다. 삼성전기 톈진법인과 고신법인을 통합 지원하고 있는 그는 지난 1996년부터 중국에서 활동해오며 격동기를 그대로 체험했다. 그 사이 한국에 돌아가 근무했던 3년을 제외하면 14년 동안 중국에서 일을 했다. 중국내 상황 변화에 따라 현지 법인의 운영 전략도 바뀐 것이라는 그의 말은 당연했다.
삼성전기가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현지화 개념을 도입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30대 대학 인재들을 영입하고 현지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부터는 현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까지 도입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12년부터는 32명의 그룹장 모두를 현지인으로 선발할 수 있었다. 삼성전기는 지금도 핵심 인재들을 뽑아 한국으로 교육을 보내기도 하고, 중국인을 한국에 파견하는 역주재원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삼성전기 이직률은 톈진 전체 이직률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박 상무는 “인재를 양성해 인력의 현지화를 이뤘을 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으로서 미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준법 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법은 강력하게 만들어 놓고 실제 규제는 필요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분위기에 따라 안일하게 대응하다가는 미래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삼성전기가 이산화탄소 배출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다.
톈지 인근 고신법인은 해외 법인 경영대상, 중국 신의성실기업 인증 등을 획득하며 중국에서도 자리잡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삼성전기의 현지화 전략이 눈앞의 경영 성과에 치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쳐 지역 인심을 얻는 것은 대표적이다.
그는 “현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1사1하(河) 운동을 하고 있다”며 “지역을 방문해 도로보수나 학교·양로원 수리를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사회 내 ?시를 만드는 결과도 낳았다. 삼성전기 톈진법인은 현지 언론과 함께 장애인 배드민턴 대회를 함께 개최하고 있다. 내년에는 현지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장애인 건강검진을 지원할 계획이다.
톈진, 그 중에서도 삼성전기 빈하이 분공장이 있는 빈하이 신구는 톈진 전체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그만큼 임금은 더 높지만 삼성전기는 공장을 옮길 생각이 없다. 오히려 확장을 위한 부지까지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톈진은 우수한 인재를 바탕으로 현지화에 유리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중국 전자 시장이 큰 만큼 톈진에서 주로 생산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는 엄청나다”며 “과거 원가 개념에서 벗어나 이젠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톈진(중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