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논의가 산으로 가면서 이번에도 수신료 인상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공적 책무 확대, 공영방송 위상 정립 등 수신료 인상의 본질적인 논제는 사라진 채 `여론조사`와 `수신기기 부과 논란` 등으로 얼룩졌다. 2007년, 2010년에 이어 수신료 인상안 처리가 다시 정치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작 수신료 분배 비중의 상향조정이 필요한 `공영방송` EBS에 비상이 걸렸다.
◇여론조사 결과 두고 다른 해석…KBS 여론조사 결과 왜곡
25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실과 KBS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KBS는 지난 4·5일 `국민여론`과 `전문가의견` 조사로 나눠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국민여론조사는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밀워드브라운미디어서치가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했고, 전문가의견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언론학자 1175명을 전수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의견조사에 응답한 사람이 251명에 불과한데, 이들이 모두 응답한 것처럼 수치를 밝혀 KBS가 결과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민희 의원실은 “KBS의 여론조사 결과보고서에는 `1500원 인상안`에 절반이 넘는 57.8%가 `많다`고 답했다”며 “수신료 인상액 인식 질문 자체가 KBS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음에도 여론조사 결과는 비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KBS가 “전문가의견조사는 절반이 넘는 51%가 수신료 1500원 인상에 동의했고, 1000원 인상에 동의한 비율은 64.5%에 이른다는 사실은 간과했다”며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최소의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기 때문에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실은 “KBS가 주장한 1175명 중 웹 조사에 응답한 사람은 251명에 불과하다”며 “KBS가 언론학자 모두를 조사한 것처럼 과장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KBS, 수신기기 확대 여론 나빠지자 정책 제안 철회
수신기기 확대 논란은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KBS가 정책 제안을 자진 철회했다. KBS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에 수신료 부과 대상을 기존의 `TV수상기`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TV 수신카드를 장착한 수신기기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지난 20일 방통위에 공문을 보내 정책 제안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안을 두고 KBS는 “2018년 이후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제도를 검토하고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중장기적인 과제”라고 해명했지만 이 안 때문에 수신료 인상 논란은 순식간에 `정쟁`으로 비화됐다.
KBS 야당 추천 이사(김주언·이규환·조준상·최영묵) 4인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수신료 월 1500원 인상과 연간 광고 2100억원 삭감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EBS는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
수신료 논란이 확대되자 프로그램의 질이나 양 측면에서 KBS와 달리 공영방송의 위상을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EBS만 속앓이하고 있다. EBS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안이 처리돼야 EBS 인상률을 논할 수 있다”며 “방통위가 KBS 자료로 바빠 EBS 수신료 자료 제출을 기다려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BS 재원구조에서 수신료는 총재원 2642억원 중 6.2%인 162억원을 차지해 10%가 채 되지 않는다. KBS 재원 중 수신료가 37.3%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EBS 관계자는 “수신료 인상이 되면 EBS 비중이 한국전력 수수료보다는 높아야 할 것”이라며 “수신료 인상안에서 EBS가 논의 대상에서 사라져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EBS는 현행 수신료 체계 하에서도 비중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KBS와 관련한 정쟁에 휘말려 논의 자체가 실종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오히려 공영방송으로 폭넓게 인정받는 EBS야말로 KBS 시청료 인상 논란과는 별개로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