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올해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 소재 삼성발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제일모직이 패션 사업을 떼어내어 화학·소재 전문회사로 출범했으며, 세계 최대 특수 유리회사 코닝 지분도 인수했다. 전자소재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제일모직은 올해 처음 OLED 소재 양산을 시작으로 전자소재 시장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에는 핵심 OLED 원천 기술을 보유한 독일 노발레드를 삼성전자와 함께 인수했다. 제일모직은 1731억원을 들여 지분 50%를 확보했으며, 나머지는 삼성전자가 투자해 40% 지분을 가졌다. 독일 노발레드는 고효율 OLED용 공통층 핵심 기술과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제일모직이 OLED 소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일어날 수 있는 특허전에 대비하는 성격도 크다.
이어 제일모직은 패션 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함으로써 소재 사업에 투자할 여력을 마련했다.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하면서 받은 1조500억원으로 또 다른 기술 기업을 인수하거나 시설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11월 삼성전자·삼성SDI·제일모직·삼성정밀화학이 공동 참여하는 전자소재연구단지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을 코닝에 매각하고 코닝의 지분을 확보했다. 4억달러를 추가 투자함으로써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닝 지분의 약 7.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1대 주주에 해당하는 지분으로, 7년 후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닝의 최대 주주가 된다. 코닝은 유리 산업에서 160년 이상 역사를 가진 회사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는 이유는 소재 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완제품·부품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고 기술 확보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 내에 키울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삼성이 택한 전략은 글로벌 인수합병(M&A)이다. 삼성이 칼을 뽑아든 만큼 소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에도 추가 M&A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이 소재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전자소재 시장의 중요성도 큰 이유로 작용했다. 성장성이 있는 것도 물론이다. 글로벌 화학 회사들도 한국 전자소재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3각 편대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전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독일 바스프는 올해 전자소재 아태 본부를 한국으로 옮겼으며, 내년에는 전자소재 R&D 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다우케미칼도 전자소재 연구소를 한국에 설립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올해 소재 기업들은 화학물질 관련 규제로 인해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화학물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갑자기 규제 강도가 세진 탓이다. 특히 예외 조항이 없는 화평법으로 인해 R&D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다행히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이를 보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