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독립영화 감독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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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립영화 감독이 죽기 직전 꿈을 이뤘다. 그의 소원은 관객이 가득한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죽기 이틀 전 소원을 성취했다.

주인공은 `시바, 인생을 던져`의 이성규 감독. 친한 고향 후배가 페이스북으로 간암 말기인 감독의 소원을 이뤄달라는 글이 계기가 됐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한 극장에서 관을 빌려줬고 500여명이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이렇게 많은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보러와준 것은 처음”이라며 감격했고 “독립영화를 사랑해달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그가 하늘나라로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시바, 인생을 던져`를 검색하면 개봉관 5개가 확정됐다는 소식이 뜬다. 올해 `아이언맨 3`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이 개봉 당시 전국 스크린의 절반가량의 상영관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고작 `5개관 개봉`이 기사가 되는 것은 그만큼 독립영화가 개봉관을 잡기 힘들다는 현실을 말해준다. 게다가 `시바, 인생을 던져`의 상영 시간대는 대부분 오전으로 직장인들은 볼 수 없다. 이처럼 대부분의 독립 영화들이 상영관을 잡지 못하거나 교차 상영으로 내몰리는 것이 차가운 현실이다.

반면에 올해 한국 영화의 양적 성장은 눈부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8일 자정, 총 영화관객수 2억명을 넘어섰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한 국민 1인당 평균 관람횟수에서도 한국은 평균 4.1회를 기록,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양적 성장이 마냥 기쁘지 않은 것은 왜일까. 관객이 자신이 원하는 장르의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없다면 자연스레 영화관에 가는 발걸음도 뜸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 제작배급사, 영화관 모두 지금의 영화 산업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성이라는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관객의 선택권 보장과 아울러 독립영화 감독의 영화 상영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이상 독립영화 감독이 영화를 보러 와줘서 기쁘다는 그런 슬픈 얘기는 없어져야 한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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