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89>관계는 관심을 먹고 자란다

연말이 다가온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매년 하는 일 중 하나가 한 해 동안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만났지만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거나 연락할 수 없어서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는 일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이 이미 알고 있던 사람보다 많은 때도 있다. 그래서 기존의 인간관계 지형이 매년 바뀌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당구공처럼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있고, 한두 번 만났지만 진한 인간적 매력에 끌려 금방 공감대가 형성되는 일도 있다. 어떤 만남은 운명이 되고 어떤 만남은 만나자마자 왠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아 거리를 두고 싶은 떠남이 되기도 한다. 저마다의 굴곡진 삶을 살면서 어렵고 힘든 삶의 얼룩을 아름다운 무늬로 바꿔내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더 인간적이고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만남이다.

수많은 인간관계가 시간을 타고 흐른다. 어느 시점에서 인간관계 속의 인간은 관계없는 인간으로 저만큼 뒤에서 울고 있거나 외롭게 혼자 섬에서 살고 있음을 발견한다. 외부와 차단돼 있거나 격리돼 있어 세상 속의 인간이 아니라 인간 속의 세상을 끌어안고 혼자 참고 견디며 살아간다.

인간관계의 관계에는 경계가 생기고 그 경계에 무심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 관계는 관심을 먹고 애정을 키우지만 경계는 무관심을 먹고 잡초를 키운다. 나는 올 한 해 동안 관계 속에 관심의 나무를 심어왔는가, 아니면 경계 속에 무성한 잡초를 키워왔는가. 올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무관심 속에 자란 잡초를 걷어내고 따뜻한 관심 속에서 관계의 나무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혹시 사람의 아픔을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했는지, 사람이 담고 있는 사연을 너무 사실만으로 재단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를 성찰해본다. 사람은 저마다의 살아감을 통해 삶을 완성하는 인격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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