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0·40대 `응사` 팬들이 한국 영화의 힘

영화 관객 2억명 돌파

올해 한국영화가 관객 2억명을 돌파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작품은 지난 1월 23일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이다. 이환경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흉악범들이 모인 교도소 7번방에 여섯살 지능의 딸바보 몽구가 겪는 애환을 그렸다.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고 관객 수 1281만명을 넘었다.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이 영화를 본 셈이다. `7번방의 선물` 외에도 한국 영화의 선전은 눈부시다. 흥행작 상위 10개 작품 가운데 우리 영화가 8편에 달했다. 세계 시장을 제패한 할리우드 영화는 `아이언맨3`와 `월드워Z`가 각각 4위(900만명)와 10위(523만명)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슈분석]30·40대 `응사` 팬들이 한국 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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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30·40대 `응사` 팬들이 한국 영화의 힘

◇한국 영화 선전 눈부셔

올해 한국 영화 시장점유율은 59.1%로 60%에 근접했다. 지난해 58.8%보다 0.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올해 500만명을 넘은 10편의 영화 중 8편이 한국영화다. `7번방의 선물`이 1000만명을 넘은 것을 비롯해 설국열차(933만명), 관상(913만명) 3편이 900만명을 넘었다. 또 일반적으로 200만명 관객이 최대치라고 여겨지는 스릴러 영화가 액션 구조와 만나면서 `감시자들` `숨바꼭질` 등이 500만 관객을 넘어선 것도 이례적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의 선전은 이야기 주제의 다양성과 관객 층의 변화가 큰 작용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익환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은 “사극(관상), 드라마(7번방의 선물), 액션(더 테러라이브), 스릴러(숨바꼭질) 등 다양한 소재의 완성도 높은 영화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며 “이야기 주제가 다양해지고 소재가 풍부해지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 것이 한국 영화의 선전 비결”이라고 꼽았다.

만화가 영화의 소재로 발전한 것도 흥미로운 변화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696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웹툰이 다양한 영화시도에 힘을 실었다.

◇관객층 변화도 한 몫

관객층의 변화도 영화 관객 2억명 돌파의 요인이다. 과거에는 10·20대 여성이 가장 큰 관객층이었지만 최근에 30·40대가 절대적인 수치를 차지했다.

최 원장은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 `응답하라 1994`가 인기를 얻은 것도 이를 반영한다”며 “소득과 소비의 주류로 떠오른 1970년대 세대가 영화시장을 꾸준히 찾은 것이 핵심 요인이다”고 말했다.

과거 설과 추석에 영화를 보면서 극장을 경험했던 30·40대가 극장에 진입한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보고 좋으면 가족들과 함께 보고 부모에게도 권유가 가능해졌다. 이들은 같은 영화를 본인이 보고 가족과 다시 보면서 중복소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초중반에 영화문화를 경험한 IMF 직전세대들이 영화를 구매하는 구조다.

최근 수입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개봉하는 것도 이 같은 요인으로 분석했다.

수입 애니메이션 영화가 대박은 아니어도 일정 이상 100만~200만 관객을 IPTV 등 부가 시장으로 흥행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거나 아이들을 위해 주문형비디오(VoD)로 소비하면서 애니메이션 소비도 증가한 셈이다.

◇3D영화·다양성 영화 부족은 아쉬워

올해 3D 영화로 기술적인 면에서 관심이 높았던 `미스터 고`가 흥행에 실패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미스터 고는 김용화 감독이 4년간 매달린 작품으로 제작비만 225억원이 투입됐다. 국내 최초로 전체 영상을 풀 3D로 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아바타 이후 확실한 국산 3D콘텐츠가 없었다는 점에서도 3D 시장을 견인할 작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미스터고는 133만명 관객 유치에 그쳤다. 3D 컨버팅 영화인 하지원 주연의 `7광구`가 그나마 224만명을 끌어 모으면서 선전한 셈이다.

3D 기술력만으로는 관객의 발길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그래비티와 파이이야기가 3D이면서도 입체 기술을 부각하기보다 원근감을 제대로 드러내고 이야기 구조를 엮으면서 각각 600만명과 400만명 관객을 유도한 점은 되새겨볼 일이다.

독립 영화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도 2억명 관객 시대에 넘어야할 과제다. 올해 다양성 영화 가운데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외에는 이렇다할 성적을 낸 작품이 없다는 점이다. VoD를 활용한 IPTV와 케이블TV를 통해 소비통로는 확대됐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가 줄었다.

2억명 가운데 1%만 소비해도 200만명에 이르지만 상영관 문제에 부딪혀 제대로 소비되지 않는 구조다.

박병우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중·저예산 영화와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15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며 “보다 폭넓은 소재의 영화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단위 : 백만명)

출처: Screendigest, Focus 2013 World film market Trends, Marche Du Film 2013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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