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인생수업`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는 얼마 전에 회사 사무실 책상 옆에 작은 보조책상을 하나 더 놓았다. 북스탠드를 올려두고 잠깐씩이라도 편하게 몸을 돌려 책을 읽는 데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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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한 권의 책을 정독하기보다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이른바 `잡독`을 즐깁니다. 잠시 시간이 날 때마다 이것저것 섞어 읽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일도 좋습니다.”

안 대표는 책을 즐겨 읽는 경영자답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밀레코리아 본사 그의 사무실 서고에는 논어, 맹자, 노자에 불경까지 동양철학에 관한 책들이 주로 꽂혀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 명품가전의 국내 최고경영자인데, 동양철학 책들이 더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혹시, 라고 전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 대표는 “경영학입니다”라고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동양철학 관련 책들을 주로 읽는 이유는 사람이라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기준이 세워져야 올바른 잣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동양의 것, 한국의 것을 제대로 알고 기준을 세워야 서양이나 다른 선진국의 장단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 기준이 없으면 무조건 좋은 것만 내 것으로 취하겠다는 잘못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안 대표가 요즘 읽는 책은 법륜스님이 내놓은 `인생수업`이다. 불교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에 대해 다룬 인생지침서다. 그는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책의 부제를 인용하면서 스스로 정립해가는 자기 기준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느꼈다. 가볍게 읽은 책이지만, 공감하는 내용이 많아 주변에 추천은 물론이고 선물도 한다고 전했다.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주관이 없는 삶이죠.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안 대표에게 좋은 책이란 시간이 흘러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이는 밀레가 가진 제품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10년을 썼지만, 1년을 쓴 것 같은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성능, 20년 이상 써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 것이 명품의 조건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때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과 변치 않는 가치”가 명품이란 설명이다.

안 대표에게 또 다른 명품은 바로 `한시`다. 그가 서고에서 가장 아끼는 책 중에 하나라며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라는 작은 시집을 꺼내왔다. 중국 한시의 귄위자인 이병한 서울대 교수가 엮은 이 책은 당대에서 청대에 이르기까지 유명 한시를 원문과 함께 해석해놓았다. 시 말미에는 함께 한시를 읽은 서울대 교수들의 이야기를 담아 읽는 재미를 더했다.

“한시의 매력은 상상력입니다. 한글은 표음문자이고, 한자는 표의문자입니다. 원래 시를 썼던 사람이 말한 그 뜻이었을까 하고 원문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는 즐거움이 있죠.”

안 대표는 2000년에 출간돼 10년이 넘은 책이지만, 유럽출장 등에도 종종 가방에 챙겨 넣는 애독서라고 말했다. “책 읽을 시간이 따로 없을 만큼 바쁜 사람들도 결국 틈나는 대로 책을 읽더군요”라며 일독을 권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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