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가 증시를 떠나면서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거래 규모가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증시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사 실적 저조로 이어져 구조조정 원인이 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거래 대금은 상반기 506조5000억원, 하반기(12월 17일 현재) 452조2000억원으로 모두 95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48조4000억원을 기록한 2006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금액이다.
증시 거래대금은 2007년(1382조7000억원), 2008년(1287조원), 2009년(1466조2000억원), 2010년(1410조4000억원), 2011년(1702조원), 2012년(1196조2000억원)에 꾸준히 1000조원을 넘었다. 올해 말까지 아직 8거래일이 남았지만 최근 거래대금 급감 추세를 볼 때 1000조원을 넘어서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6일 거래대금은 2조9876억원으로 올해 5월 27일(2조9833억원) 이후 6개월여 만에 3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하루 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3조∼5조원대를 보여 9조원에 달했던 2011년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거래 대금 급감 원인은 개인이 주식에 투자할 충분한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주 위주 장세로 돌아가다 보니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코스닥이나 중소형주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전문가 분석이다. 실제 통계청 등이 발표한 `2013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평균 부채는 5818만원으로 지난해 조사보다 6.8% 증가했다. 하지만 처분가능소득은 3645만원으로 4.9% 증가에 머물렀다. 처분가능소득 증가가 부채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증시 거래 대금 침체는 증권사 실적 저조로 이어졌다. 증권사는 올해 1분기(4∼6월) 업황 부진에 더해 5월 말 `버냉키 쇼크` 이후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평가손실까지 겹쳐 초라한 성적을 냈다. 2분기(7∼9월)에도 실적 부진은 이어져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요 증권사 5곳(삼성·대우·우리·한국금융지주·키움)의 순이익 합산은 822억원 수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 감소했다.
실적 저조는 지점 폐쇄와 인력 구조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 KTB투자증권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전체 직원 55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희망퇴직했다. SK증권도 창사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형증권사 중 하나인 신한금융투자도 최근 노조와 희망 퇴직안을 마련 중이다.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위탁매매 의존도를 줄이고 내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증권가는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