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IBM 연구센터에서 일하던 프랑스 수학자 만델브로트 박사는 라틴어로 `쪼개다`란 의미를 지닌 `프랙투스`에서 단어를 만들었다. 리아스식 해안선은 움푹 들어간 부분을 확대하면 안에 굴곡진 해안선이 계속된다. 이런 현상은 동물혈관 분포형태, 나뭇가지 모양, 산맥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자기 유사성`이나 `순환성`을 일컬어 `프랙탈`이라고 부른다.
겨울철 자주 볼 수 있는 `눈(雪)`이 대표적인 프랙탈 형태를 가지고 있다. 눈을 초근접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오각형이나 육각형의 큰 틀이 작은 가지로 유사하게 뻗어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가지의 돌기와 전체 형태가 유사해 눈꽃을 보며 사람들은 쉽게 `프랙탈`을 찾을 수 있다.
눈은 얼음이다. 보통 얼음은 0도에서 생성된다고 인식돼있다. 그러나 눈이 내리는 구름에서는 수증기는 영하 20도까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최대 영하 40도까지 물방울 형상을 유지하는 `과냉각` 상태다. 영하 40도보다 온도가 더 떨어지면 그제야 고체로 변해 얼음 알갱이가 만들어진다.
40도 이하의 아주 추운 대기에서만 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미세 먼지 등 작은 외부물질이 섞이면 얼음 핵이 돼 눈 결정체로 성장한다. 얼음 결정은 처음에는 육각형 형태로 있다가 복잡하게 성장해 가지가 많은 프랙탈 형태를 보인다.
#겨울철 낮은 온도에서 농작물에 얼음이 생겨 동상 등을 입는 냉해가 많다. 농작물에서는 보통 영하 5도까지 얼음이 생기지 않아 냉해를 입지 않아야 하는데, 영하 2~3도만 돼도 농작물이 얼어 죽는 피해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이 그 원인 규명에 나섰을 때 발견한 것이 `슈도모나스`라는 미생물이었다. 내츄럴 사이언스는 온라인 판을 통해 과거 미국 위스콘신대의 연구진이 냉해가 생기는 농작물에 붙어 있는 미생물인 슈도모나스가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연구진 실험 결과, 이 단백질을 사용하면 얼음이 형성되는 온도를 8도 낮출 수 있어 얼음이 형성되는 시간을 38%나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눈을 만들 때 낮은 온도로 물을 냉각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낮추지 않아도 빙핵 단백질만 있으면 얼음 알갱이를 만들 수 있었다.
결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은 발견한 단백질이 빙핵 역할을 해 농작물에 얼음이 생기는 현상을 돕는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 단백질이 농작물에 있을 경우 영하 5도로 내려가기 전에도 얼음결정이 형성되어 조직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빙핵 단백질은 산업적으로도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얼음을 만드는 효율이 높기 때문에 기존 빙핵물질을 대신해 슈도모나스로 인공눈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스키장에서 인공 강설기를 눈을 뿌리는데, 이 단백질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따르면, 슈도모나스의 빙핵 단백질 유전자 순서를 밝혀 유전자 재조합 미생물로 값싸게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인공 눈을 만들 때 슈도모나스가 내는 단백질을 수증기와 함께 뿌려주면 따뜻한 날에도 쉽게 눈을 만들 수 있다.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하는 두바이 실내 스키장이 생긴 것도 미생물 유전자 재조합 기술 덕분이라고 한다.
최근 슈도모나스를 이용해 냉해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빙핵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한 슈도모나스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기술지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유전자 변형 슈도모나스를 농작물에서 같이 자라도록 한다면 빙핵 단백질을 생산하는 천연 슈도모나스 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냉해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