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샵메일, 안착할 수 있을까
정부의 공인전자주소(샵메일) 사업이 좀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더딘 확산과 일부 업계의 반대 여론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자문서 유통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샵메일은 왜 아직 표류하고 있을까. 샵메일을 둘러싼 논쟁과 오해, 그리고 진실을 분석해 가능성을 점쳐봤다.
◇샵메일, 필요 없다고?
샵메일은 이메일과 등기의 장점을 결합한 모델이다. 이메일처럼 간편하게 본문과 함께 전자문서를 첨부해 보낼 수 있는데다 등기처럼 안전한 송수신을 보장한다. 무엇보다 전자문서 송수신 사실의 법적증거력을 보장해 중요 자료 유통에 유용하다. 초기 시스템 구축비용이 필요하지만 이후 이용 수수료는 일반 등기보다 낮다.
장점을 생각하면 샵메일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시행 1년 동안 등록된 계정은 약 2만개에 불과하다. 당초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일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도입을 늘리고 있고, 정부가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진전은 없다.
확산이 더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굳이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지금도 이메일, 등기를 특별한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어 일부러 샵메일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샵메일의 장점은 알아도 서비스 구축을 위한 투자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다들 일단 다른 기업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는 이메일 해킹 피해 예방,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등기 비용 절감, 새로운 사업 발굴 등을 고려하면 샵메일 도입이 필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메일은 취약한 보안 때문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 정보감시 파문으로 싱가포르, 일본, 인도 등은 공무에 미국 이메일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 시행에 나서기도 했다.
더딘 확산의 두 번째 이유로는 홍보 부족과 부족한 시간이 거론된다. 샵메일을 잘 모르는 기업·기관이 여전히 많으며, 실제 도입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샵메일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본격 시작됐다. 이제 만 1년이 된 셈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활성화까지 총 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NIPA 관계자는 “이메일도, 공인인증서도 서비스 시작 후 실제 확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샵메일은 이제 보급을 시작해 안정화하는 단계로, 확산에는 총 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폐쇄성·고비용·보안성 부족 지적…진실은?
확산 여부과 별개로 샵메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인 지적은 폐쇄성, 고비용, 부족한 보안성 등이다.
폐쇄성에 대한 논란이 가장 뜨겁다. 공인인증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폐쇄적인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샵메일 사용에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 제도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NIPA는 이에 대해 이해 부족으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국에서만 통용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히려 우리나라는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하는 등 폐쇄성 극복을 위해 선도적으로 나선다고 전했다. NIPA는 ISO 등 여러 국제기구에 샵메일 관련 국제표준을 제안한 상황이다. 또한 일부 국내 기업이 해외 중계업체와 협약을 맺는 등 해외 보급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샵메일 사용을 위해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공인인증서는 본인 확인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본인 확인시 국가나 법인은 공문·휴대폰·대면확인을, 개인은 휴대폰·대면확인을 활용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샵메일 사용하려면 시스템 구축 비용 외에도 법인 15만원, 개인사업자 2만원인 등록 수수료, 송신시 100원의 수수료가 필요하다. 대기업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예산이 한정된 공공기관과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장기 시각에서 샵메일이 등기보다 경제적이지만, 활용도가 낮은 기업·기관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제적인 이유로 도입을 꺼리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샵메일의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안성을 강화한 이메일과 큰 차이가 없으며, NIPA에 정보가 몰려 해킹을 당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NIPA는 이에 대해 샵메일 보안성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메일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은 전문가 대부분이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암호화를 거쳐 메일을 송수신 하며, 스팸메일 차단 가능도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한 NIPA는 메일 주소, 열람 일시 등 부가적인 정보를 받아 유통증명서를 발급할 뿐 중요 정보를 직접 취급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요 정보는 각 중계자가 암호화해 안전하게 보관한다고 덧붙였다.
샵메일 보급 현황(출처: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이메일과 샵메일 비교(출처:정보통신산업진흥원)
샵메일 관련 논란(출처:업계종합)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