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 닭, 오리 중 하나를 골라 잘 씻고 내장을 발라낸다. 하얀 닭살에 소금을 살살 뿌린다. 후추도 뿌린다. 그 다음 올리브오일을 살살 덧바른다. 닭살에 윤기가 흐른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다진 걸 준비해 소금·후추로 간을 하고 세이지·넛매그, 다진 양파를 넣어 오물조물 치댄다. 닭의 밑둥으로 고기소를 집어 넣는다. 부엌 창가에 놓인 허브 화분에서 로즈마리 잎을 부욱 뜯어 닭 밑둥에 또 쑤셔 넣는다. 구멍이 꽉 찰 때까지 고기소와 허브를 넣어준다. 그 다음 오븐을 최고 온도로 맞추고 고기를 넣은 뒤 오븐 온도를 180℃로 낮춘다. 약 30분이 지난 후 오븐 뚜껑을 열면 고기향과 상큼한 허브향이 섞인 냄새가 확 풍긴다. 껍질은 바삭하고 안에는 육즙이 가득 고인 닭(칠면조)을 꺼내 뼈를 잘 발라내고 싸우지 않고 나눠 먹으면 된다. 영국의 천재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소개하는 간단한 칠면조 구이 요리다. 참 쉽죠? 여러분도 따라해보세요.
영국식 억양을 맛깔스럽게 구사하는 귀여운 요리사가 친구들을 초대해 같이 칠면조 구이를 잘라먹는 장면을 보면서 외쳤다. “나도 해먹고 싶다. 그런데 오븐이 없네.”
`오븐`이라는 기구는 뭘 말하는 걸까? 우리가 `오븐`이라고 부르는 조리기구는 그 형태는 물론이고 열원(熱源)도 참 다양하다. 조리되는 음식도 빵에서부터 고기, 채소까지 각양각색이다. 이 기구들이 다 `오븐`으로 통칭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오븐은 기구속에 음식을 넣고 밀폐 공간의 사방에서 보내는 열로 음식을 익히는 조리기구를 통칭하는 말이다. `굽는다`는 말을 쓰긴 하는데 불을 직접 재료에 대지 않고 공기로 열을 전달한다. 재료의 겉을 태우지 않으면서도 안쪽까지 익힐 수 있어서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운 요리를 만들 때 주로 쓰인다.
우리가 흔하게 그냥 `오븐`이라고 부르는 오븐은 가스나 전기를 이용해 열을 발생시킨다. 약 20여년 전에는 미니오븐, 10여년 전에는 광파오븐이 등장하기도 했다.
오븐의 원리는 단순하다 열의 대류 현상과 복사를 이용한다. 대류현상은 따뜻한 공기는 위로 이동하고 차가운 공기는 밑으로 가라 앉는 현상이다. 아래 공기를 데워주면 따뜻한 공기가 위로 전달되면서 음식을 골고루 익혀준다. 밀폐된 용기라 열은 새나가지 않고 계속 순환한다. 일반적으로 가스레인지 밑을 차지하는 `오븐`이라고 부르는 기구는 `컨벡션(Convection, 대류) 오븐`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이 이유 때문이다. 공기를 데워 음식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예열을 해서 공기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올린 다음 음식을 집어 넣는다.
오븐의 구조도 열을 순환하기 위해 최적화된 형태로 설계돼 있다. 오븐 내부의 아래쪽에 두꺼운 코일을 감아 열선 역할을 한다. 코일에 전기나 가스불로 열을 가하면 코일이 달궈지면서 주변 공기가 데워진다. 안쪽 벽에는 공기 흐름을 도와주기 위해 팬(fan)이 설치돼 있다. 온도를 알려주기 위한 온도계가 있고, 별도 기능이 달린 오븐은 그 기능을 도와주기 위한 부품이 한두 개가 더 들어간다.
10여년 전부터 등장한 `광파오븐`은 기본적으로 오븐이지만 복사열까지 이용한다. 공기를 가열하는 한편 원적외선 히터를 달아 대류열과 빛의 복사열을 함께 이용한다. 음식을 익히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류열로만 익힐 때보다 음식 겉부분이 바삭하게 익는다. 빛과 열을 동시에 이용하는 숯불 구이와 유사하다. 트럭에서 파는 전기구이통닭도 광파오븐과 유사한 원리를 이용해 바삭한 껍질의 질감을 만들어 낸다.
몸집이 큰 오븐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직화오븐냄비`라는 것도 최근 등장했다. 커다란 찜기처럼 생긴 냄비 뚜껑을 열면 불판 모양의 랙(lack)이 있고, 아래에 물을 채워 넣고 뚜껑을 꽉 닫고 가스불 위에 올려두면 오븐에서 익힌 것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캠핑장에서 간단하게 오븐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들도 쏟아진다. 휴대용 버너 위에 철망을 끼우고 음식을 놓고 뚜껑을 닫은 뒤 기다리면 끝이다. 숯불이나 차콜을 가스불 위에 깔아 복사열을 추가하고 풍미까지 낼 수 있다. 겨울, 밖에 나가 놀기 춥다면 제이미 올리버처럼 집에서 친구들을 불러 다양한 오븐 요리를 해먹는 것도 즐겁겠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