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전환하면 `제2의 밀레니엄 버그` 올 수도
`01X 한시적 번호이동 가입자`의 010 번호 강제전환 종료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입자의 자발적 전환이 더뎌 막판 대혼란이 우려된다. 전환이 늦어지면서 120만명에 가까운 사용자가 여전히 01X로 3세대(G)·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업계는 010 번호 전환이 한꺼번에 몰리면 `제2의 밀레니엄 버그`가 될 수 있다며 조속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01X 한시적 번호 이동 가입자의 자발적 전환을 위해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전환한 비율은 한 달간 약 10%에 그쳤다. 이달 25일까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11월 1일 132만명이던 한시적 가입자 수는 지난 25일 118만명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자동번호변경 시스템의 과부하로 인한 차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6일 `자동번호변경시스템` 시연을 성공적으로 끝내며 다음 달 2일부터는 문자메시지 안내 후 자동으로 번호가 전환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번호는 서버 과부하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계산한 안정적인 시간당 최다 자동 변경 건수가 2000건으로 한정돼 있다. 여기다 초기 시행 시의 시스템 시행착오와 반복 신호 전송까지 감안하면 115만명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래부는 자동변경 기간을 불과 10영업일(12월 2~13일)로 잡고 있어 과부하로 인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 초기 시스템 점검과 일시정지·해외 로밍 등 반복적인 시도가 필요한 단말기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안정적으로 자동 변경을 진행하기는 너무 많은 수”라고 우려했다.
010으로 자동 번호변경이 되지 않는 사용자도 2만명이나 남아 있다. 개별적으로 수입한 스마트폰과 자급제 단말기, 통신사 간 USIM 이동을 한 단말기, 일부 구형 단말기 등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010 전환 절차를 밟지 않으면 1월 1일부터 발신이 차단된다.
010으로 제때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발신자 표시 번호가 바뀌어 상대방이 인지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주로 전화번호로 가입자를 인증하는 카카오톡·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영화·전자책·벨소리 등 콘텐츠도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전화번호 기반의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이 적용돼 있는 때가 많아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모두 자발적으로 전환하게 되면 통신사 안내를 받아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갑자기 자동 번호변경이 되면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통신업계가 `제2의 밀레니엄 버그`라며 강하게 우려하는 이유다. 통신사 관계자는 “사전에 전환하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지만, 번호에 대한 애착이나 번거로움으로 인해 전환 비중은 현재까지 높지 않은 편”이라며 “안부전화 등 통화량이 많은 1월 1일부터 발신이 차단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01X 한시적 번호이동 제도
016·017·018·019 등 01X 번호 사용자가 쓰던 번호 그대로 3G·LTE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당시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01X 번호를 3G·LTE 휴대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
*11월 01X 한시적 번호이동 가입자 현황(단위:명)
자료 : 업계 취합
*자동번호변경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현재 약 2만대로 집계)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