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다이슨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한 달 만에 자진 중단했다. 이는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발명하며, 혁신의 상징으로 불렸던 다이슨 입장에서는 굴욕적 결정이었을 것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은 이를 두고 “특허소송은 비생산적 혁신”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다이슨의 이런 돌연한 입장 변화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달 국내에서 열렸던 다이슨 신제품 청소기 기자간담회 전날까지도 특허 소송에 대해 밝히겠다던 회사는 당일 입을 다물어버렸다. 회사 관계자가 유일하게 전한 말은 “우리기술이 아닌 것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겠느냐”였다.
다이슨은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입장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최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공장을 늘리며 아시아 판매를 확대하는 다이슨이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벌인 소송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할 일은 자명하다. 다이슨이 특허소송으로 삼성전자의 혁신기업 이미지를 훼손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쟁사보다 더 나은 제품력과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까지 TV만이 아니라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에어컨 글로벌 가전 분야 1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 청소기는 내수시장에서는 1위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청소기 부문은 다이슨뿐만 아니라 필립스,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가전업체들이 경쟁하는 분야다. 작지만 결코 쉬운 시장이 아니다. 무엇보다 청소기는 소비자가 아직도 사용 중에 느끼는 불만이 많은 제품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제품 혁신의 가능성이 아직 많다는 의미다.
혁신은 기존의 제품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꾸준히 개선되는 것이 오히려 참된 혁신에 가깝다. 삼성전자가 `특허괴물`과 싸우지 말고, 삼성 모션싱크 청소기 광고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청소하는 엄마를 괴롭히는 `잘 못 만든 청소기`와 싸워 이겨주길 바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