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사가 변해야 경제도 산업도 산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다. 금융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한 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금융사로선 억울한 평가나 그간의 행태가 그랬다. 가계, 중소기업과 거래해 성장한 금융사들이 정작 이들이 어려울 때 외면했다.

금융사들이 요즘 어려움에 처했다.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익 구조가 나빠진 탓이다. 금융사 경영난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에 먹구름이 된다는 우려도 크다. 그러나 적극적인 신규 시장 창출보다 `손쉬운 이자 따먹기`란 안정적 영업 관행에 안주한 게 금융사 경영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금융위원회가 27일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강화방안의 골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말대로 새 경제·금융 패러다임에 맞게 새 역할을 찾는 금융사엔 기회를, 그렇지 않은 금융사엔 `경쟁 압력`을 높이는 것이다. 규제 완화와 인수합병(M&A) 인센티브까지 담았다.

금융계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주로 시중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론 달라진 게 없으며, 소비자보호 쪽으론 더 강화됐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정부의 기업 대출 활성화 계획에 정부 정책자금 지원 내용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 앞으로도 당분간 스스로 혁신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기존 방식에 여전히 안주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 리스크가 크니 정부 지원을 늘리라는 주장은 어이없다. 무조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생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적이 좋은 우량 기업들에게 신용도 모자라 온갖 담보를 요구했던 금융사들은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는 계좌이동제에 대해 금융사 부담과 과열경쟁 우려를 쏟아내는 것을 보면 고객들이 금융사를 어떻게 보는지 정말 모르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면 분명 문제다. 규제 완화도 금융사 피부에 더 와 닿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도 금융사 스스로의 변신 노력을 전제로 한다. 금융사는 당장의 경영난보다 혁신 외면이 더 위기를 재촉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