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고광일 고영테크 사장

Photo Image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확보한 기업도 가격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언제든 위기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사장(56)은 정보기술(IT)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 노력을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세계 3차원(3D) 인쇄검사장비(SPI) 시장을 절반 이상 차지한 강소기업이다. 독점적인 지위 덕분에 지난 4~5년 무난하게 20~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출 성장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 중국 고객사가 당초 설비 투자 계획을 내년으로 지연시킨 영향이 컸다.

“3D 검사장비 시장에서 경쟁업체와 여전히 기술 격차가 있어 걱정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제품 가격에 원가비용을 그냥 전가할 수도 없죠. 스마트폰 등 제품 가격이 점차 하락하고 있어 빨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 사장은 원가 절감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3D 검사장비 자체가 워낙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보니 원가 절감 노력 없이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다르다. 장기적으로는 3D 검사장비 시장도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예상된다. 후발 업체들이 잇따라 3D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협력사들과 함께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만들고 있어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해서 납품가격을 일방적으로 깎는 것은 예의가 아니죠. 그게 고영테크놀러지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분기 실적은 둔화됐지만, 사업 구조는 더욱 탄탄해졌다. 올 들어 국내 사업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매출 비중은 12%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5% 수준으로 증가했다. 3D 부품실장기(AOI) 신규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국내 업체들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차세대 스마트폰에도 고영테크놀러지 3D 검사장비를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다.

“올해는 일부러 3D AOI를 해외에 많이 팔지 않았어요. 신제품은 엔지니어를 파견해 기술지원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국내 수요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입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내년 40%대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3D AOI 매출은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 개발한 반도체 장비도 내년 초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검사장비는 신사업 계획에 아예 포함하지도 않았어요. 반도체 투자가 지연되면 주주·투자자와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될 수도 있어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기업보다는 지속가능한 회사로 키우는 게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