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분야는 중국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로 해양플랜트를 지목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는 사실상 신시장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종욱 두산중공업 주단기술고도화팀장은 해양플랜트용 저온주강 제품개발을 추진한 핵심인물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고 고객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물성 측면에서 강도는 나오는데 충격을 버티지 못해 디자인을 다 버리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조건을 찾아 만족시키는 데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대부분 성분을 못 맞춰서 제품을 폐기하는 일이 많았다. 영하 40도 저온에서 충격을 견디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두꺼운 쇠는 내부와 외부 물성이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테스트 결과가 이렇게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최종 공급계약을 앞두고는 실제 규모로 제품을 만들어 고객이 입회한 가운데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팀장에게는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다.
“소재와 용접을 포함한 엄격한 테스트였습니다. 강도와 충격, 파괴인성시험, 피로시험 등은 국내에서 진행하고 용접 부분의 파괴테스트는 일본에서 진행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첫 매출을 올렸지만 두산의 공급은 해양플랜트 부품시장을 여는 큰 의미가 있다고 자부한다.
“해양플랜트에 사용되는 주강품은 제작 경험이 있는 업체 위주의 승인업체리스트(Approved Vender List)에 등재된 업체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불칸SFM(영국), 스카나(노르웨이), 브레드캔(미국) 등 일부 검증된 유럽과 북미 업체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두산이 리스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그는 두산중공업의 공급실적을 토대로 더 많은 국내 업체가 해양플랜트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