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지식 축적·활용 가능한 국가 R&D 생태계 구축 시급하다

지난 10년간 장기 국가연구개발(R&D)사업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험준한 대한민국의 R&D 생태계를 뼈저리게 접했다. 그동안 주무부처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정보통신부, 지식경제부,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나 변했다. 단계별로 사업 추진 방향도 변했다. 초기에는 R&D 중심이었지만 제품화 매출액 달성을 위한 사업화와 현장시범사업으로 바뀌면서 관련 기관 및 기업도 100여 곳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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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간담회>

사업 추진연도마다 네 가지 유형의 평가를 각기 다른 기관(전담평가기관평가, 정부부처평가, 부처종합평가, 국회심의)에서 받느라 내내 평가만 받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기관마다 평가 척도가 다르고 상충하는 의견이 많아 어느 의견을 반영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허다했다. R&D 목표 수립도 애로가 많았다. 어떤 기관은 원천기술개발에 집중해 기초부터 기반을 다지도록 요구하는가 하면, 다른 기관은 매출액이 정부 예산의 10배 이상으로 나오도록 제품화 및 사업화를 강하게 요구해 갑자기 평가지표에 추가되기도 했다. 해당부처 담당과장이나 실무 사무관이 바뀌면 목표와 연구방식을 또 바꿔야 한다. 그 때마다 사업 특성과 장기사업 취지 등을 설명해 이해를 구하지만 담당자의 막무가내식 일처리 방식 때문에 R&D사업 본연의 취지를 유지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 위주로 맞춰야만 생존할 수 있다. R&D가 끝나면 기술 축적과 활용을 위한 예산지원이 없어 기술보고서와 결과물이 무용지물이 됐다.

대한민국은 원천기술개발은 물론이고 기술을 축적하기 어려운 R&D 사회생태계다. 아무리 좋은 기술결과가 있어도 지속적 발전을 위한 지식 축적과 관리, 그리고 활용을 연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개방적 기술마켓의 형성과 관리 생태계가 필요한 시기이다.

유럽 FP(Framework Programme)는 기획에서부터 결과 및 활용에 이르는 입체적 R&D 추진 생태계와 조직 구성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 관련 기술연구자 정보와 네트워크가 잘 돼 있어 주요 리더급과 중진급이 프로젝트 기획자로 참여한다. 이들은 연간 2회 이상 글로벌기획회의에 분야별로 참석한다. 사업기획비용도 투자한다. R&D 진행 이후 활용을 중요한 평가 포인트로 두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기 위한 지원체계와 전담조직이 구성돼 있다. 추가개발이 필요하면 기술 활용 지원 전담조직에서 자체 평가해 연구비를 추가 투자함으로서 신속한 기술 활용을 추진한다.

반면에 우리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면 연구자 본인이 정부에 다시 기획과제부터 제안하고 과제를 공모하도록 해 해당 수행기관이 그 과제를 확보해야만한다. 연구자가 기획, 기술개발, 기술인력관리, 기술결과물홍보, 기술이전마케팅, 기술계약 등을 모두 다 간여해 스스로 풀어내야한다. 또 사업기획PD나 관련 부서 사무관 또는 과장과 개인적 친분관계가 필요하다. 시간도 최소 6개월부터 1년이 소요된다. 6개월이면 신제품이 출시되는 ICT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추가기술개발이 어렵다. 이렇다보니 과제책임자가 연구비 브로커처럼 연구과제를 영업하러 다닌다. 기획부터 최종 활용에 이르기까지 체계적 역할 분담과 기관의 연계수행이 전주기적으로 되는 투명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모든 R&D 분야는 개방과 분업, 혁신적 아이디어의 접목이 필요하다. 폐쇄적인 분야별 PD체제하에 PD의 지인들로 기획위원회가 구성되면 개방적 아이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도 좁고 연구진 수도 적은 나라가 시행방법조차 폐쇄적이라면 글로벌 경쟁에서 승산이 있겠는가.

산학연관이 함께 하는 입체적인 R&D 생태계 진단과 투명하고 개방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올바른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조위덕 유비쿼터스컨버전스연구소장·아주대 교수 wduke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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