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재부품산업 지원, 기존 기업에 집중해야

전자, 자동차 할 것 없이 우리 산업에 늘 취약한 게 소재부품이다. 막대한 투자비를 10년 넘게 쏟아부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적자를 감수하며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설비에 투자하는 부담을 중소·중견기업이 홀로 감당할 수 없다. 자금력이 있다는 대기업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소재부품산업 육성 전략이 늘 겉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R&D와 특허 지원부터 전용 투자자금 운용까지 다양한 정책을 통해 소재부품 전문기업을 2020년까지 3000개 이상 더 늘리는 새 발전 전략을 내놨다. 새 전략은 종전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소한의 기반이 생겼다. 작년 말 현재 2770개에 이르는 소재부품 전문 중소·중견기업이다. 매출 2000억 원 이상의 중견기업만 981개다.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척박한 소재부품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엄청난 수다.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남았다는 게 고마울 정도다. 정부가 이 수를 두 배 늘린다는 목표도 좋지만, 기존 기업이 계속 살아남고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많은 소재부품 기업이 지금도 모자란 R&D, 설비 투자자금, 인재로 어려움을 겪는다. 자칫 수요 기업의 주문 축소라도 생기면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소재부품 사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없다. 기존 기업은 살아남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기업들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 기업들이 계속 뻗어나가야 산업 기반이 단단해지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기업도 생겨난다. 그러면 이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 사이 새로운 창업 시도도 활발해진다. 기존 기업에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곧 신규 기업을 늘리는 길이다.

정부 지원도 좋지만 수요 기업, 특히 대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소재부품 기업에는 지속적인 수요 창출과 정당한 대가 지불만큼 좋은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수요기업이 소재부품 기업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새 시장을 만들고, 정당한 대가 지불로 그 과실을 공유할 때 산업 기반은 저절로 다져진다. 이 선순환 생태계를 늘 잊지 않아야 정부가 잘 짠 새 발전 전략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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