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메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흥남)이 창조경제 화두인 중소·벤처기업 육성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통신 대한민국 신화를 만들어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30년 전 1가구 1전화 시대를 연 전전자교환기(TDX), 반도체 D램, 와이브로, LTE 등 굵직한 R&D 주역이 바로 ETRI다. R&D 과정에서 배출한 중소·벤처기업도 수백개가 넘는다. 현재는 예비창업 시스템 지원 아래 연구원 10여명이 창업을 준비 중이다. ETRI가 서울과 대구, 광주에 설치한 지역센터를 통해 중소벤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집중 조명했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한 ETRI 대경권연구센터 자동차IT플랫폼연구팀 실험실.
연구원들이 `상황인지 스마트카를 위한 다중센서 플랫폼 기술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 회의가 한창이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 3년간 159억원이 투입되는 자동차IT 분야 기술개발 과제는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를 위한 공동기술 및 시제품 개발, 애로기술 지원 등 토털지원을 통한 기업 수익창출이 목표다.
대경권연구센터가 지역 주력산업에 첨단 IT를 융합, 지역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R&D의 핵심기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 유가면에 위치한 대경권연구센터에는 현재 IT융합기술개발팀과 임베디드시스템연구팀, 자동차IT플랫폼연구팀 등 3개 연구팀에 총 40여명의 연구원들이 밤낮 없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상황인지 스마트카 기술개발 등 대경권연구센터가 현재 추진 중인 R&D 과제는 총 5개 분야다. 우선 지난해부터 시작해 오는 2016년까지 5년간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인체 삽입형 생리기능 자동감시시스템 기술개발(사업비 30억원)`이 진행 중이다. 또 올해부터 오는 2015년까지 3년간 `농산물 생육 및 생산량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사업비 10억원)`이 추진된다.
지능형그린하우스 개발사업은 지난 2010년부터 내년까지 5년간 111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 센터 건물 뒤편에는 지능형그린하우스 개발사업의 하나로 소규모 유리온실이 있고, 온실 안에서는 토마토가 무르익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온실에는 식물성장을 위한 선별적 파장 투과기술, 환경제어 시스템 기술이 적용됐다. 완전제어형 온실기술은 이미 산업체에 이전돼 상용화했다. 태양광을 이용한 온실환경제어기술도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시험 중이다.
이해동 임베디드시스템연구팀 연구원은 “과제가 마무리되면 온실 내 난방파이프를 활용해 로봇이 무인방재와 수확을 하고, 모바일로 모든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경권연구센터는 지난 10월 이스라엘 국립농업과학원(ARO Volcani)과 MOU를 교환하기도 했다. 농업IT분야 정보공유, 인력교류를 위한 취지다. 특히 지능형 그린하우스 개발과 온실환경제어 플랫폼 개발 등에 공동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미 개발돼 상용화된 기술도 적지 않다. 지난 2011년 말 개발한 양방향 무선통신기반 시선유도등 시스템은 올해 초 제품화돼 판매되고 있다. 최근에는 HD급 고해상도 기반 도로관리용 다차로 차량 정보인식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여러 차로를 통행하는 차량의 번호판 정보를 동시에 인식하는 기술이다.
미래 지능형자동차 전장용 임베디드SW플랫폼 기술은 이미 개발이 완료됐다. 퓨전소프트와 아진산업 등 지역업체가 공동으로 참가해 개발된 이 기술은 OSEK/VDX 국제 적합성 인증 6건 및 굿소프트웨어(GS) 인증 2건을 획득했다.
자동차부품업체와 공동으로 차량 전장부품 시제품 10건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특허는 101건(국내 69건, 국제 23건)이며, 기술이전만 11건에 달한다.
이 기술은 자동차 전자장치의 핵심SW플랫폼으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기술국산화를 통한 해외 로열티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중소기업을 위한 지원도 활발하다.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중소기업 대상 맞춤형 R&D, 애로기술지원, 기술지도 및 자문, 연구성과 확산지원은 모두 102건을 수행했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공동지원 및 공동과제 발굴을 위해 대구테크노파크 모바일융합센터, 경북대 3D융합기술지원센터 등과는 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대경권연구센터는 앞으로 스마트IT융합 R&D 메카를 목표로 자동차와 농업, 의료 등 지역 주력산업에 IT를 접목하는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오는 2015년까지 연구예산을 150억원으로 늘리고 연구인력도 80명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2018년까지 예산 300억원, 연구인력을 150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ICT기반 지능형자동차부품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무엇보다 지역 유망품목인 지능형 센서모듈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터뷰] 이수인 ETRI 대경권연구센터장
“대경권연구센터는 지역에서 ICT 분야 유일한 R&D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지역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밀착형 기술 지원 및 상용화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수인 센터장은 “대경권연구센터는 ETRI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IT융합 기술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는 앞으로 지역 주력산업과 IT의 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자동차IT 분야는 대경권 대표 주력산업인 만큼 올해부터 3년간 159억원의 예산을 투입, 지역의 미래 자동차 부품산업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경권연구센터는 지난해부터 의료IT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해 내년에는 지역 의료IT 분야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 센터장은 “현재 3년간 국비 90억원을 확보해 지역특화 모발이식로봇 개발, 개인 맞춤형 치조골 재생을 위한 3D프린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 양성자 치료기보다 가격과 공간을 크게 줄인 고출력 레이저 양성자 암치료기 기술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