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방송법 개정 또 표류… 불균형 규제도 표류

표류하는 방송법 개정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활동 종료 시한이 이달 말로 임박했음에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시장점유율 개선에 대한 최종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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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유료방송 규제 완화를 위한 입법 작업이 구호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동일한 내용의 입법 지체가 지난해에 이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옛 방송통신위원회가 SO·PP 시장점유율 개선을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을 당시에 국회는 부작용을 우려, 제동을 건 바 있다.

국회가 올해에도 SO·PP 관련 입법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SO·PP 시장점유율 개선은 기약없이 표류할 공산이 상당하다.

일각에선 국회가 지난해엔 정부 부처의 정책 추진을 무력화하고, 올해엔 유명무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무책임을 질타하고 있다.

국회가 `제자리걸음`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국회는 지난 3월 정부조직법 개편 협상 과정에서 여야 합의 아래 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여야는 SO·PP의 공정한 시장점유를 위한 장치 마련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 방안을 특위 역할로 규정했다.

특위 활동 결과 일련의 쟁점과 관련,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면 소관 상임위에서 입법 작업을 한다는 실천 계획도 마련했다.

특위 가동 이후 여야 중진 의원의 입법 작업도 활발했다.

지난 8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상한을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앞서 6월에는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IPTV 사업자의 특수 관계자에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포함, IPTV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IPTV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위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당초 특위는 지난 9월 말 활동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이달 말로 활동 시한을 2개월 연장했다.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 등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 기준을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로 제한과 PP의 매출점유율 제한 33%를 49%로 완화한다는 내용의 입법 작업은 표류 중이다.

여야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논의에 집중, 방송법 개정안과 IPTV 특별법 개정안 논의가 후순위로 밀린 것이다.

이달 말로 활동 시한이 종료됨에도 특위는 SO·PP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긍정론과 신중론으로 맞서고 있다.

시행령으로 규제할 지 혹은 법률로 규제할 지 등 규제 형식에 대해서도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SO 규제만 완화하는 방안과 SO·PP 규제를 동시에 완화하는 방안 등 규제 완화의 범위에 대해서도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야의 극적 타결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2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전체 SO 가입가구 수의 3분의 1 초과 금지` 조항을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 수의 3분의 1 초과 금지`로 완화하고 △`전체 SO 방송구역 3분의 1 초과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다.

PP의 매출 점유율 제한 33%를 49%로 완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옛 방통위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제동을 걸어 무산된 바 있다.

옛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전적으로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국회는 PP 매출점유율 제한 33%를 49%로 완화한다는 내용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매출 점유율 상한인 33%에 근접한 CJ E&M을 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특정업체의 매출 증가는 독과점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콘텐츠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방송법 시행령 개정 자체를 반대했다.

지난해 동일한 내용에 대해 상당 기간 논의를 했음에도 올해도 SO·PP 관련 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위 활동 시한 종료를 앞두고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SO·PP 관련 입법은 장기간 지체될 수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상이 반복됨에 따라 발생하는 본질적 문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정부의 정책 추진력도 약화될 수 없다. 정책을 예측할 수 없게 돼 시장의 불확실성도 장기화된다.

이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규제와 사업자 간 규제 불균형도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현실 적합성이 떨어지는 규제가 지속됨은 물론이고 사실상 규제가 무력화되는 상황도 야기된다.

전문가들은 “옛 방통위는 물론이고 미래부도 국회만을 바라보고 있다”며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행정부를 지원하지 못할망정, 걸림돌이 된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특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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