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 정보기술(IT) 품목을 확대하기 위한 세계무역기구 정보기술협정(WTO ITA) 제15차 확대협상이 결론을 못 낸 채 마무리됐다. 두 거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의견 차가 여전해 다음달 WTO 각료회의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각)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을 포함한 55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ITA 제15차 확대협상이 열렸으나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참여국들은 다음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제9차 WTO 각료회의 전에 개정안을 마무리짓는다는 목표 아래 15차 협상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회의 일정을 15일에서 20일과 22일로 두 차례 연장했지만 마지막 날엔 회의를 열지도 못하고 21일 15차 협상을 종료했다.
협상이 진척되지 못한 이유는 미국과 중국 간 의견충돌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997년 ITA 발효 이후 16년 만에 이뤄지는 첫 개정인 만큼 향후 10여년을 감안해 가능한 많은 품목의 무관세를 추진 중이다. EU와 일본도 비교적 광범위한 무관세화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선별적인 무관세화를 주장했다. 15차 협상에서 260여개 품목이 무관세 후보로 올라왔지만 중국은 이 가운데 20%가 넘는 59개 품목의 제외를 요구했다. 디스플레이·의료기기·계측기 등이 주된 방어 품목이다.
한국은 수세보다는 공세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무관세화가 역점 사안이다. 우리 정부는 디스플레이가 무관세 품목에 포함되지 않으면 협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ITA 개정은 한 국가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무산된다.
ITA 개정 여부는 내달 WTO 각료회의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사전에 미국과 중국 등이 의견 차이를 좁힌 후 각료회의에서 개정안을 타결하는 것이 가능한 시나리오다.
반대로 각료회의까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면 사실상 ITA 개정은 물건너 간다. 회원국들은 지난해 개정 논의를 시작하면서 제9차 각료회의에서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번에 실패하면 협상 동력이 사라진다.
김진동 산업부 세계무역기구과장은 “현재로서는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며 “추후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ITA
ITA는 지난 1996년 12월 제1차 WTO 각료회의에서 회원국 간에 203개 IT 품목 교역을 무관세화기로 한 협정이다. 이후 급변한 IT 시장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디스플레이·영상음향·의료기기 등을 무관세 품목에 추가하기 위한 확대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