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배상액 재산정 재판 완패…평결불복심리 등 법적 대응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과 유럽에서 잇달아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자국 기업인 애플에 유리한 결과가 연이어 나오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이 상용특허를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표준특허 외에 뚜렷한 반격 카드가 없어 한계로 지적된다.

24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에 계류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 진행이 재판부에 의해 중지됐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내세운 3세대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가 무효일 가능성이 있다며 중지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독일 연방특허법원이 특허 관련 무효확인 소송을 판결할 때까지 지방법원 소송을 중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표준필수특허 소송 5건은 모두 기각·각하되거나 중단됐다.

앞서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 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서 열린 배상액 재산정 재판에서도 삼성전자는 완패하며 1조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낼 위기에 처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추가 배상액을 2억9000만달러(약 3080억원)로 평결했다. 당초 배상액 4억1000만달러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장했던 배상액 5270만달러의 5배가 넘는 금액으로, 애플이 주장한 배상액 3억7978만달러에 더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재산정 재판 배상액과 지난 3월 확정된 배상액을 합하면 삼성전자 배상액은 총 9억3000만달러(약 9876억원)가 된다.

이번 재판에선 임원이 직접 참석해 증언과 증거를 제시하고 배심원의 애국심까지 자극한 애플의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즉각 항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지만 소송 전략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항소심에서도 애플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독일에서 연이어 삼성전자에 불리한 판결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특허 소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표준특허 외에 공격무기가 없는 삼성의 전략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상용특허가 삼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유럽에서 반독점 논란 등이 제기되자 표준특허를 앞세운 소송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동준 특허법인 수 변리사는 “(애플과의 특허 소송전에서)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잘 싸워왔지만, 수비를 잘한 것”이라며 “애플은 신기종에서 어떤 상용특허로 공격할지 모르는 반면 삼성전자는 표준특허 외에는 공격카드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자국기업에 유리한 `애국 판결`을 내리는 분위기도 우려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애플에 대해 나란히 수입금지를 건의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에 대해서만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상액 재산정 재판 최후 진술에서도 애플 변호인 측이 미국의 국가적 이익을 거론하며 애국심을 자극한 것이 배심원 평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