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압축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선진 기술을 따라가기에 급급해 제조기술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제조업은 세계 수준에 오를 만큼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제조업만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응용산업 기술만 갖고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죠. 선도형 성장을 계속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합니다.”
융합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섞는다는 개념만으로 융합연구를 성공시키기 어렵다. 기초와 응용연구가 균형을 맞추며 함께 어우러져야 융합연구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민 의원 생각이다. 그는 “응용기술이 산업에 도움을 주고 융합연구가 성과를 보이려면 그만큼 밑바탕이 단단해야 한다”며 “기초가 없으면 융합연구도, 나아가 상업기술 개발도 이룩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원자력 분야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본이 두드러진 경제성장을 보일 때다. 당시 민 의원은 도시바, 히타치 등 경쟁력 있는 기업연구소에서 물리학과 출신 인재를 많이 채용하는 것에 의문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물리학과 출신은 취업이 잘 안 되는 분위기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분야 인재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현지에서 돌아온 답은 `문제 해결 인재는 기초연구 영역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도 해외 선진 기술을 추격해 성장을 이뤘습니다. 스스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선도 연구를 해 제품을 만들었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기본적으로 원인 분석과 해결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기초과학 인재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공계 인재는 기술을 빠르게 제품화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만큼 기초과학 인재는 다른 분야에서 능력을 보인 것이죠.”
기초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또 기초연구는 장기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너무 성급하게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민 의원은 지적했다. 산업기술에 매달리다 보니 눈앞에 결과물이 없으면 R&D 투자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설명이다. 민 의원은 “`빨리빨리` 문화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도성장에 많은 영향을 줬지만 선도형 경제 패러다임에서는 장기 안목에서 기초 인프라를 다져야 한다”면서 “뿌리가 튼튼해야 좋은 열매를 얻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창조경제도 기초와 응용이 균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진행돼야 한다. 기초연구는 응용연구와 달리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나 민 의원이 본 창조경제는 `경제` 패러다임을 강조하다 보니 기초를 소홀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사업화, 창업, 일자리 창출만 강조하다 보니 환경과 인프라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민 의원은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계에 어떤 인프라를 만들어줄 것인지 고민하고 중장기 R&D에 신경써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사회에서 단기성과만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 입장이 난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미래부는 이름에 걸맞은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단기적 성과는 다른 정부부처에서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