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에지(edge)`라는 정체불명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우디 A7을 경험하고 나서 이 멋진 차를 표현하는 데 `에지있다`는 것보다 더 어울리는 수식어를 찾기가 어려웠다. 에지(스키 등의 쇠날·개성이 강하고 뛰어난 연출)가 의미하는 바 그대로 A7은 절정의 감각을 뽐냈다. A7은 3.0 TDI(디젤) 콰트로와 3.0 TFSI(가솔린) 콰트로 두 모델로 국내 출시됐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가솔린 모델이다.
2011년 하반기에 처음 국내에 소개된 아우디 A7은 첫 해 413대가 팔리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1585대가 판매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는 10월까지 벌써 1662대가 팔리며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디젤과 가솔린 모델 선호도가 1년만에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디젤 모델 673대, 가솔린 모델 912대로 가솔린 인기가 더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디젤 1078대, 가솔린 584대로 디젤이 훨씬 잘 팔렸다. 국내 디젤 열풍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A7을 직접 타보기 전에도 길에서 만나면 눈길이 가곤 했다. 그만큼 A7은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국내에선 생소하던 `5도어 쿠페`지만 어떤 정통 쿠페보다도 더 쿠페다운 날렵함과 역동성이 가득하다. 차의 외관 어느 곳을 보더라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A7은 4.97m의 긴 몸체에 전폭이 1.91m에 달해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한 남성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차체가 낮고 보닛이 길면서도 짧은 C필러와 지붕에서 흘러내리면서 예리하게 깎이는 후면 라인이 아름답다고까지 할 만한 `섹시한` 라인을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도 짧은 프런트 오버행 긴 휠베이스로 날렵한 주행감각과 넓은 실내공간을 동시에 제공한다. LED가 적용된 헤드라이트와 후미등, 주간운행등은 아우디 특유의 날카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화려한 외관에 비하면 내부는 오히려 절제미가 느껴진다. 고품질 가죽 시트는 기본이고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이 장점이다. 이 같은 편안함은 아우디의 세심한 디자인 철학에서 나온다. 아우디는 A7 실내에 `랩-어라운드` 디자인을 적용, 운전석과 동반자석을 원을 그리듯 감싸 안는 느낌을 강조했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각종 계기판과 버튼이 운전자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콕핏 구조를 이루고 있어 무의식 중에 조작이 편리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 특히 센터페이서 조작버튼이 단순한 것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아무리 기능이 많다고 한들 스마트폰의 직관적 조작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난해한 버튼들에 쉽게 질리고 만다. 1.8m 높이까지 개방되는 전동식 트렁크는 기본 535리터의 적재공간을 제공하며 뒷좌석을 접으면 1390리터로 확장된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모든 것이 조용하기만 하다. 이미 외관에 지나치게 감동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이처럼 부드럽게 나가는 차에 앉아 있자니 인간이 만든 기계가 아니라는 과대망상(?)적 생각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예전에 어느 소설가가 망치나 칼 등 견고하게 잘 만든 명품 공구를 창고 벽면에 가득 걸어놓고 감상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치밀하게 만들어진 기계에서 쇳덩어리 이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많은 남자들에게는 흔한 일이다. 아우디 A7의 주행성능에는 별다른 사족을 붙이고 싶지 않다. 적어도 한국에서라면 어떤 도로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믿는다. A7 가솔린 모델은 슈퍼차저 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44.9㎏·m이라는 넘치는 힘을 자랑한다. 제로백은 5.8초에 불과하며 공인 복합연비는 9.0㎞/ℓ다.
A7을 몰면서 받게 되는 두 가지 느낌은 `탄탄하다`는 것과 `날카롭다`는 것이다. 사실 아우디를 탈 때면 늘 느껴지는 것이지만 고속주행시 바닥에 납작하게 달라붙는 느낌, 코너링 시 날카롭게 회전하는 느낌 이 두 가지는 운전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다. A7에 적용된 차세대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전륜과 후륜에 적절히 동력을 배분해 도로 상황에 따라 최상의 주행 환경을 제공하며, 코너를 돌 때는 안쪽 바퀴에 약간의 제동을 가해 민첩하게 회전구간을 돌아나갈 수 있게 한다. A7을 시승하는 동안 정말로 바퀴가 바닥을 `움켜쥐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