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선두들의 엇갈린 승부수

삼성 '3D 메모리'…SK하이닉스 '미세공정'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로 다른 사업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양산 경쟁력이 시장 판도를 좌우하던 과거와 달리 치킨게임 종식 이후 근래 SK하이닉스가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3차원(3D) 메모리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반면에 SK하이닉스는 미세공정 전환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의 내년 사업 전략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중국 시안 팹 가동을 기점으로 브이(V)낸드 생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최근 공정 기술을 끌어올려 원통형 차지트랩플래시(CTF) 셀을 24층 수직으로 쌓은 V낸드를 19나노 낸드 플래시와 비슷한 비용에 생산할 수 있게 됐다. 32층과 40층 V낸드 양산에 성공하면 더욱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V낸드는 30~40나노 수준의 노광기를 쓸 수 있어 투자 부담이 적고 가격 경쟁력은 높다”며 “40층 수준의 V낸드를 양산한다면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20나노 후반대 미세 공정을 적용한 D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공정 효율성을 강화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ASML이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개발하는 시점에 10나노대로 퀀텀 점프한다는 전략이다. EUV 공정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우선은 자금을 최대한 축적하겠다는 얘기다. 실리콘관통전극(TSV) 3D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면 20나노 후반대 D램으로도 얼마든지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반면에 SK하이닉스는 미세공정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낸드 플래시 생산라인을 16나노 미세공정으로 전환했고 D램은 20나노 후반대에서 20나노 초반대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를 검토 중이다. 3D 등 새로운 반도체 구조로 전환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보다 현재 경쟁력을 갖춘 미세공정 기술에 우선 투자한 후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3D 낸드 생산에 성공하는 것을 확인한 뒤 가세해도 늦지 않다는 게 SK하이닉스의 판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3D 낸드는 별도 트랙에서 여전히 개발 중인데, 양산 투자 시점은 16나노 상용화보다는 늦을 것”이라며 “향후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미세공정 기술 진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V)낸드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적층해 기존 2차원 구조보다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낸드플래시. 삼성전자는 전하를 저장하는 플로팅게이트 대신 원통형 차지트랩플래시(CTF)를 적용해 안정성과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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