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전자주소(샵메일) 도입이 여전히 더디다.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도입에 나섰지만 대표메일 한두 개 등록에 그칠 뿐 개인별 등록은 여전히 요원하다. 제도가 시행된지 1년이 됐지만 그동안 등록된 계정은 1만9000여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샵메일이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미 적지 않은 기업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도입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성공적인 샵메일 도입을 위해 기업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비즈니스 모델,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샵메일 도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명확하다. 종전 등기로 주고받던 각종 문서를 저렴하면서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안전한 송수신을 보장하며 본인 확인, 부인 방지 기능을 갖춰 중요 업무에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샵메일 도입을 미루는 주된 이유는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샵메일 도입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비용 및 수수료, 위험 부담을 상쇄할 만한 가치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은 의외로 쉽게 발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기업·기관의 주요 업무가 아닌 위험 부담이 비교적 적은 요소 부문 적용부터 고려하면 활용 가능 범위가 대폭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대법원과 외교부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 기관은 샵메일이 공식 도입되기 전 시범사업을 수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관계등록부 송수신 사업에 나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종전 해외 영사관이나 대사관 직원들은 가족관계등록부 발급을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한국에 있는 친척에게 부탁해 발급받고 국제우편으로 전달받으려면 1~3개월이 소모됐다. 하지만 샵메일을 도입하면서 이 같은 불편이 없어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계정 등록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경찰청의 교통범칙금과 과태료 통지서 발송, 서울시의 건설도면 송수신 등도 비슷한 사례다. 두 기관의 사업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아 성공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고 도입 목적과 기대 성과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는다.
◇정책 지원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기업·기관이 샵메일 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지 못해서가 대다수다. 하지만 `송수신 비용이 부담돼서` 또는 `도입하고 싶어도 (수신자 샵메일 계정이 적어서) 받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답도 적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의 운영과정을 점검해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시행에 나섰다. 샵메일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다른 이유로 도입을 꺼렸던 업체라면 정부 정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눈에 띠는 것은 수신전용 계정의 신설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협력사에 샵메일 사용을 요구할 때 종전에는 영세한 기업도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내고 계정을 등록해야 했다. 하지만 수신전용 계정이 생겨 이제는 협력사가 샵메일을 받는 용도로만 활용한다면 등록·갱신 수수료 부담이 없다. 또 송신 수수료를 수신자가 부담하는 수신자부담 계정도 새롭게 생겨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스마트폰·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 개발·보급 사업도 추진 중이다. 출장으로 PC를 조작할 수 없어도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로 손쉽게 샵메일을 송수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중계사업자인 한국정보인증이 관련 앱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고, SK텔레콤도 샵메일 포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부는 이밖에 전자문서 유통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최초 등록 수수료를 감액해준다. 또 전자세금계산서를 첨부해 샵메일을 보낼 때에도 이용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샵메일 중계를 수행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의외로 비용 부담 때문에 샵메일 도입 결정을 망설이는 사례가 많다”며 “정부가 지원을 늘리는 한편 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정책 홍보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요 샵메일 지원정책/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