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삼성전자 제품 영구 판매금지 기각 판결의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함에 따라 지방법원의 재심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영구 판매금지는 가장 강력한 처벌 조항으로 꼽히기 때문에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소법원의 재심 결정으로 삼성전자가 불리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애플이 핵심으로 꼽는 디자인 특허 침해는 기각돼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판매금지 가능성 낮아” 자신
외신은 삼성전자가 판매금지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각은 다르다. 이미 삼성전자가 상용특허에 해당하는 회피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이 침해를 주장한 상용특허를 피할 수 있는 기술을 일찌감치 개발해 적용했다”면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해결할 수 있어 적용하는 데 어려움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판매금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확신한다`는 공식 방침을 내놓은 것도 회피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재심 결정이 미칠 파장은
항소법원이 미국 특허청이 무효화한 특허 등을 이유로 재심이라는 무리한 결정을 내렸지만 파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애플이 강조해온 디자인 특허와 트레이드 드레스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삼성의 성과다. 만약 디자인 특허 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가 내려지면 케이스를 바꾸지 않는 한 회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소송에 미칠 영향은 주목된다. 블로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독일의 특허 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이번 결정이 삼성전자의 구형 제품뿐 아니라 전체 제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뮐러는 “특허 침해 패턴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구형 제품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례가 다른 소송에도 계속 인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최신 제품에 애플 상용특허를 피하는 회피기술을 갖췄기 때문에 실제 소송에서 인용될지는 미지수다.
◇자국기업 감싸기 논란 지속
항소법원이 1심과 달리 판매금지를 재심하라고 결정한 배경에는 자국기업 편들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심 판결 당시 루시 고 판사는 판매금지 판결을 위해서는 판매금지 처분이 없을 경우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되고, 피해와 특허침해 간에 강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이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1심은 판매금지 요청을 기각했다.
이번 항소법원 판결에서도 애플은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대신 항소법원이 스마트폰 같은 복잡한 제품에서는 인과관계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애플의 논리를 인정했다. 엄격한 법 적용 대신 자국기업에 유리한 해석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특허청이 무효화한 특허를 근거로 재심 결정을 내린 것도 논란거리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