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동부하이텍까지 매물로 나왔다. 대기업 재무위기 불똥을 맞은 동부가 하이텍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 매각이라는 자구안 카드를 내놨다. 이로써 동부하이텍 운명은 금융 채권단에 맡겨졌다.
김준기 동부 회장은 지난 1997년 세상의 걱정을 무릅쓰고 동부전자를 세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남반도체 공장도 인수했다. 10여년 만에 시스템반도체 전문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로 키웠다. 국내에서도 메모리반도체 없이 대규모 팹(반도체 생산라인) 투자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대가는 컸다.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채권단이 동부에 동부하이텍 매각을 종용한 이유다.
동부하이텍은 취약한 재무 유동성을 빼면 우량 회사다. 팹 가동률이 높고, 우수한 전문 인력이 있다. 국내외 파운드리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지난 상반기엔 영업이익도 냈다. 이런 회사가 좋은 투자처를 만나 계속 성장해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 이 회사 매각이 단순한 채권 회수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다행히 채권단은 동부하이텍을 해외에 매각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침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동부하이텍은 사재를 털 정도로 김 회장 필생의 사업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없어 대만 업체를 찾아가는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체엔 희망이기 때문이다.
동부하이텍을 인수할 국내 기업으로 SK하이닉스, LG그룹, 현대기아차 등이 거론된다. 저마다 형태는 다르나 동부하이텍의 시스템반도체 기술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다. 또 어느 기업이 인수해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반도체사업이라는 게 워낙 리스크가 크다고 하지만 동부하이텍 활용도가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인수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
다만, 채권단이 변수다. 해외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아직 명확히 밝힌 것이 아니다. 동부하이텍을 한국 기업보다 비싸게라도 사겠다는 외국 기업이 나오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동부하이텍 매각만큼 `비올 때 우산을 뺏는다` 금융기관 생리를 보여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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