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놀이에서 과학으로

국제교육협의회(IEA)가 4년마다 국가별로 학생들의 수학, 과학 성취도 순위를 발표하는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TIMMS)`가 있다. 작년 12월 발표된 우리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성취도 결과를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수학 과목 성취도는 초등생이 50개국 중 2위, 중학생은 42개국 중 1위였다, 과학은 초등생이 1위, 중학생이 3위다. 성적만 보면 우리나라 수학, 과학의 미래는 매우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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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우리 학생들의 만족도는 성적순이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다. 점수는 높지만 흥미도는 꼴찌, 자신감도 꼴찌다. 수학 흥미도를 보자. 초등생은 50개국 중 꼴찌, 중학생은 42개국 중 41위다. 과학 흥미도는? 초등생 47위, 중학생은 꼴찌다. 흥미가 없는데 어찌 자신감이 생길 수가 있을까?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형편없다. 초등생이 48위, 중학생은 또 꼴찌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초등생이 50위로 꼴찌, 중학생은 42개국 중 38위다.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수학, 과학교육의 현주소다.

어떻게 해야 할까? 수학과 과학의 대가들은 과학교육에 대해 일찌감치 터득한 바가 있었다. 이들의 충고를 들어 보자. 수학자이자 초기 인공지능 개척자인 시모어 페이퍼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르칠 수는 없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그들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알아야 할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다.” 천재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당신은 사람에게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다만 그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또 장 자크 루소는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 단지 과학에 취미를 갖도록 하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놀이에서 과학으로, 즐기면서 배우는 과학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창의력의 고전인 `생각의 탄생`에서도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과학교육은 억지로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발견할 수 있고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곳, 그곳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곳이 어디인가? 바로 과학관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과학관은 어쩌다 한번 들르는 단순 관람시설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과학관은 어린이들에게는 늘 가는 놀이터고, 학생들에게는 과학을 즐기며 배우는 학습장소며, 성인들에게는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과학기술의 트렌드를 알려주는 평생학습의 장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유전공학과 나노기술, 로봇공학 같은 과학기술이 이끌어간다. 제조업은 이미 3D프린터가 한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이후 죽을 때까지 대부분의 어른들은 과학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그 문제의 가장 쉬운 해결책도 과학관이다.

요즘 과학관의 전시는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도록 하는 핸즈 온(Hands-On, 체험)이 대세다. 골치 아픈 이론 소개가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체험을 중시한다. 그러나 불과 5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가볼 만한 핸즈온 과학관이 없었다. 마침내 2008년 11월 14일 국립과천과학관이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 국립과천과학관은 핸즈온 과학관을 표방하고 나섰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연간 2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과학 명소가 되었다. 전시의 질도 많이 향상됐다.

이제는 세계 어느 나라의 과학관과 견주어도 규모나 인프라, 운영 면에서 손색이 없다. 올해는 대구와 광주에서도 국립과학관이 개관했거나 곧 할 예정이다. 기존의 대전 국립중앙과학관도 새 단장을 했다. 부산에서는 2015년을 목표로 국립과학관이 건축 중이다. 개관 5주년을 맞는 국립과천과학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모든 과학관이 전시와 운영시스템을 더욱 선진화해 학교 밖 과학교육과 과학대중화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주기를 기원해본다.

권기균 (사)과학관과문화 대표 yeskkok@ia-in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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