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5년여 만에 최저치...대 일본 수출 경고등

원·엔 환율이 5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 수출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원·엔 환율이 세 자릿수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63.4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기준으로 2008년 9월 22일(1041원), 종가 기준으로는 2008년 9월 19일(1060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원·엔 환율 하락은 달러·엔 환율 하락에 기인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00.23엔에 거래돼 전 거래일의 99.99엔보다 상승(엔화가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한때 지난 9월10일 이후 처음으로 100엔을 넘었고, 도쿄 엔화시장에서도 100엔을 돌파했다. 엔화 약세, 원화 강세가 겹치면서 원·엔 환율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금융시장 평가다.

엔화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원·엔 환율이 세자릿수에 접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산업 경쟁력 회복과 맞물려 국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금융 시장이 혼란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주요 수출 지역에서 일본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악화돼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

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월 이후 엔저 현상이 본격화 되면서 일본 기업과 경합하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이 직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 올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은 예상에 못 미친 반면 제조업 기반 일본 수출기업 실적은 상대적으로 호전됐다. 국내 수출기업 영업이익률은 2012년 3분기 4.2%에서 올해 1분기 2.2%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일본 수출기업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에 5.2%에서 5.0%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산단공 6월조사에 따르면 입주기업 34.8%는 엔저 현상으로 수출 실적이 감소했으며, 매출이 줄은 기업도 34.4%로 나타났다. 일본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산업군 및 기업규모가 큰 대기업 피해가 더 큰 컸다.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제품 49개 품목 중 24개 품목은 전년보다 실적이 하락했다.

지난 13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연구원은 `엔화 환율의 시나리오별 예상경로와 대응전략`에서 아베노믹스 실패와 내년 초 시행 예정인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겹치면 우리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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