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스타에 드리운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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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vs `그 어느 때보다 찬바람이 불었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13에 대한 엇갈린 평가다. 전자는 비즈니스관(B2B)이고, 후자는 일반전시관(B2C)에 대한 것이다.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른 가운데 열린 지스타는 예년처럼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은 관람 시작 전부터 전시장 밖까지 길게 줄을 서 여전히 부산시민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게임중독법 논란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게임 업계와 정부·기관 관계자들도 이에 고무돼 힘을 얻고 돌아갔다.

진정한 국제적 게임전시회로 발돋움을 꾀하고 있지만 내년 전시 상황은 뿌연 안갯속이다. 지스타를 방문한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장이 대기업들의 참여를 촉구했지만 B2C관은 전시공간이 비어 통로가 넓어지는 이른바 `고속도로`가 곳곳에 보였다. 신작 이슈가 없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B2C가 아닌 B2B로 몰렸기 때문이다.

B2C에 참여하지 않은 대기업도 속사정이 있다. 웹보드 게임 규제 직격탄을 맞은 회사들은 당장 내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에 놓였다. 부스 운영을 위한 인력과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부산시 곳곳에서도 감지됐다.

한 택시기사는 “작년엔 부산국제영화제와 비슷할 정도로 복잡하고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참 한산하다”며 “(전시 준비를 하러온 기업의) 관광버스가 전시장을 둘러쌀 정도였는데 올해는 거의 안 보인다”고 전했다. 주변 숙소에서는 기대보다 지스타 특수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관람객이 북적북적한 행사장에서 내년도 지스타에 대한 우려가 나오니 씁쓸했다. 일반 시민과 기업 모두가 행복한 지스타를 다시 만들 수는 없을까. 가뜩이나 어려운 게임업계가 `게임중독법`으로 더욱 의기소침해져 지스타가 자칫 `지는 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진지한 대책이 필요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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