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스마트그리드로 에너지 창조경제 실현

최근 독일은 전통적으로 강했던 기계 산업분야에 더해 에너지 분야에서도 빠른 행보를 보인다. 에너지 분야에서 여러 난관에 직면해 골머리를 앓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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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독일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을 들어 독일의 에너지 전략을 조망했다. 지난 6월 독일의 전력도매시장에서는 발전회사가 기저발전 성격이 있는 전기를 팔면서 전기료를 받지 않고 MWh당 100유로를 지급해야 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태양광,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량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전력공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발전원으로 생산하는 전력을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모두 구매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요 전력량이 늘어날수록 발전사는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현재 독일 전력회사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신재생에너지의 지속적 투자로 전력 공급은 예상을 넘어서는 반면 경기침체와 전기료 상승으로 수요는 오히려 감소해 왔다.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독일은 오후 2~3시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 절반을 차지한다. 2012년 23%였던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2020년까지 35%로 확대될 예정이다. 전력회사의 장래가 어두운 이유다.

독일은 발전사 우려와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소매전기료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을 2022년까지 100% 폐지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또 생산된 전기를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통해 전송하기 위해 남북 종단 전송망에 이어 서부, 중부, 동부 등에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이 같은 투자는 전력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가져오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신규 전송망 건설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95%에 달한다.

독일은 왜 고집스럽게 신재생에너지를 고수하는 것일까? 단순히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희생과 봉사정신의 발로는 아닐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구온난화 자체에 의문을 던지거나 원자력 중심의 정책을 중시하면서 신재생 분야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가속도가 붙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존자원이 거의 없다. 국가 안보와 산업 인프라로서 에너지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신재생에너지 도입은 이른바 녹색성장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뒤늦은 대응과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2.75%에 머물고 있다. 독일의 23%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 정부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녹색성장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G20 스마트그리드 시범국가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자력 중심의 정책과 비현실적 전기료 억제는 역효과를 낳았다. 순환정전, 전력예비율 부족, 송전탑 건설 지연, 신재생에너지 산업 고사 등을 초래한 것이다.

정부는 여러 현안을 해결하면서 선진 국가들에 비해 뒤떨어진 에너지 분야의 혁신을 이뤄야 하는 난제를 갖고 있다. 최근들어 스마트그리드를 창조경제의 대표적 산업혁신 모델로 인식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제까지 벌어진 격차를 생각한다면 보다 과감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과제를 달성하면 ICT의 예처럼 우리는 디지털 혁신으로 나라경제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다. 실패한다면 다음 기회가 오기까지 100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박승용 효성중공업 연구소장(전무) syngpark@hyo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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