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한국을 비롯해 외국 기업에서 처음 투자 받을 때는 대부분 대기업 중심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밑에 있는 서플라이 체인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중견 기업이 브라질 시장을 개척하기 적합하죠. 브라질 정부에서도 원하는 방식입니다. 브라질은 원시 산업부터 첨단 산업까지 모든 산업이 공존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그만큼 기회의 땅이죠.”
이윤기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브라질 지회 상임이사는 7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브라질로 이주했다. 상파울루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인턴 변호사부터 시작했다. 10년 전 동료 변호사와 직원 12명으로 로펌 `단타스, 리, 브록&까마르고 애드보가도스(Dantas, Lee, Brock & Camargo Advogados)`를 만든 것이 첫 번째 사업이었다. 이 이사는 “경험있는 한인 선배나 멘토가 없어 처음부터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했다”며 “하루 15시간씩 일하면서 법률 쪽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호사 초기 이 이사 고객 가운데 전자·IT 분야 기업이 많았다. 당시 브라질 법은 전자·IT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세금 혜택과 규제도 제각각이라 브라질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사는 “같은 디스플레이 제품이라도 모니터는 컴퓨터 제품, TV는 일반 제품으로 분류된 상태였다”며 “브라질이 컴퓨터 제품에 많은 세금 혜택을 주는 상황이라 모니터 제조사가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기업에게 세금은 가장 큰 비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생산공장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세제 혜택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가 비즈니스 성공 기본 틀을 만들었죠. 그래서 고객의 세금 문제를 구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이사는 “브라질 정부 측과 협력해 성장하는 전자·IT 산업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정보통신법의 기반을 닦았다”며 “1990년대 들어서 그의 아이디어와 산업계 입장이 반영돼 현행법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당시 브라질 정부 목적이 지역 균형발전과 전자·IT 산업 육성이었던 만큼 적절한 시기가 맞물렸다는 것이 이 이사의 설명이다.
“지금은 오히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브라질 판로를 개척하는 해외 기업에 많은 혜택이 돌아갑니다. 무엇보다 브라질 법률 상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기업을 차별하지 못합니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는 의미죠. 한국 시장과 비교했을 때 기업간 경쟁도 많이 치열하지 않습니다.”
국내외로 평등한 브라질 산업 관련법. 그러나 이 이사는 한국기업이 브라질 시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법`에서 찾았다. 그는 “글로벌 시장 경험이 있는 한국 기업이 브라질에서는 법률 문제로 힘들어 한다”며 “브라질 현지 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주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 통용되는 계약 방식과 계약서를 그대로 브라질에서 적용하려는 습관이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라는 지적이다.
“어느 나라든 처음 해외로 진출하거나 이민할 때는 쉬운일이 없습니다. 브라질도 마찬가지죠. 제가 이민 올 때는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브라질 한인 1세대들이 잘 정착했다고 평가합니다. 이 점을 십분 발휘해보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월드 옥타 브라질 지회는 내년부터 2개월에 한번씩 이민 2세대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자기계발 세미나, 무역스쿨, 네트워크 행사 등을 주기적 시행하기로 했다. 이 이사는 “브라질 사회에 자리 잡은 선배의 역할로 여긴다”며 “정기적인 멘토링으로 후배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