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in 라이프]감기

가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울이 오고 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감기에 걸려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기침을 콜록거리고, 콧물이 난다. 코가 막히고 가벼운 두통에 몸살 기운도 있다. 코와 목구멍에 감염이 생긴 질환인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이 매년 6~10회 정도 감기에 걸린다고 할 만큼 흔한 질병이다. 다행히 보통 감기는 한두 주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향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감기는 `가만히 놔두면(쉬면) 1주일 가고, 병원 가면 7일 만에 낫는다`는 말도 있다.

감기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기가 바이러스 때문에 발병한다는 것은 1914년에 확인됐다. 다양한 치료법이 있지만, 200종이 넘는 다양한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확실한 치료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별로 민간요법도 여럿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감기에 걸리면 고춧가루를 찾았다. 그러나 한의학 전문가들은 “매운 음식은 감기 초기에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 도움이 되지만 위장을 자극하고 소화기를 약하게 할 수 있다”며 “감기가 오래 지속될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무와 모과도 감기에 좋은 음식으로 손꼽힌다. 무는 기운을 활발하게 하고 소화를 촉진시킨다. 한의학에서는 감기에 걸려 기침이 날 때 생무를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모과는 천식에 효과적이며 감기와 피로를 개선한다. 모과시럽을 따뜻한 물에 우려내 마시는 방법도 많이 사용된다.

이외에도 파와 마늘을 듬뿍 넣은 콩나물국도 감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 콩나물국은 몸의 열을 내려주고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고춧가루를 잔뜩 푼 콩나물국 아침상이 나오는 것은 어머니가 자식이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양의학에서도 감기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우리가 먹는 감기약은 원천적인 치료보다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종류가 많다. 해열제, 염증 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감기 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영국 가디언은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계절 독감부터 신종 플루까지 모든 감기에 듣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세라 길버트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변형이 쉬운 바이러스 외부 표면에 작용하던 기존 백신과 달리 감기 바이러스 내부에 있는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백신을 만들었다.

기존 백신은 체내에서 항체를 만드는 작용을 하지만 길버트 박사팀이 개발한 백신은 면역작용을 하는 `T세포` 수를 늘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 파괴한다. 에이드리안 힐 제너연구소 연구원은 “감기 문제는 많은 유형이 있고 이들이 계속 변형한다는 것”이라며 “때로 바이러스가 야생조류나 돼지에서 발생하는데 사람은 이에 대한 면역성이 없어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지만 개발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 백신이 상용화된다면 계절 독감은 물론이고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신종 플루 등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 자원에서 감기 바이러스 치료에 효과 있는 생물 소재를 개발한 것이 화제가 됐다. 지난 2010년 노문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팀이 개발한 차세대 감기치료제는 `KR-200`과 `KR-200-glucoside`다. 두 물질은 감기바이러스인 라이노바이러스와 콕사키바이러스에 우수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낼 뿐 아니라 감기로 인한 다양한 염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노바이러스는 성인 감기 20~50%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두통이나 인후통, 기침을 동반한 코감기가 주 증상이다. 콕사키 바이러스는 어린이 인후 궤양성 수포층, 유행성 흉막통의 주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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