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나가기 위해 생산협력사의 설비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어떤 신제품도 만들어낼 수 있고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제품 양산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 생산협력사의 시설 현대화에 105억달러(한화 약 11조2088억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계획과 관련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제보 받았으며 이 투자는 애플 아시아 생산협력사들이 애플 제품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을 신기술의 제조설비로 교체하는 데 투입된다고 주장했다. 조립 로봇부터 아이폰5C처럼 하이그로시 및 스크래치 저항 마감이 중요한 단말기용 플라스틱 폴리싱 설비, 맥북 알루미늄 바디 등 알루미늄 케이싱에 사용되는 레이저 카빙 및 측융기(밀링머신), 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카메라 렌즈용 테스트 장비 등이 해당된다. 단말기 구매자들은 결코 볼 수 없지만 이러한 투자로 경쟁사보다 한 단계 더 앞서 나갈 수 있다.
애플은 생산과정에서 사용되는 신기술 개발 및 투자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생산시설 현대화 투자는 새로운 제조기술 혹은 아직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은 제조기술에 대한 투자를 포함할 수 있다. 애플의 설계자가 디자인하는 어떤 제품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전혀 새로운 생산설비를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경쟁사가 새로운 제조설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일부 생산설비 제조업체들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컨설팅 기업 프로스트앤설리반의 무투라만 라마자미(Muthuraman Ramasamy) 애널리스트는 “애플 제품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위해서는 생산 프로세스 자체도 매우 독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현금으로 애플은 항공우주산업 및 방위산업에서 사용되는 최고급 첨단 생산설비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말했다.
기존 제품에도 생산시설 현대화 투자가 적용된다. 애플은 생산 과정에서의 문제로 공급에 발목 잡히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최신 아이맥 전면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사용되던 옵티컬 라미네이션 처리된 글라스가 채택됐다. 이 디자인을 가능케 하기 위해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팀이 고군분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의도하는 생산시설 현대화를 위해서는 생산 현장의 적용이 필수다. 이 때문에 애플 엔지니어들이 수 주간 아시아의 생산협력사에 머물면서 시설 현황을 파악하게 될 것으로 블룸버그의 정보원은 전했다.
또 생산시설 현대화를 위한 또 다른 하드웨어 설비로는 스마트폰 센서용 모션 탐지 테스팅 장비가 있다. 애플은 자체 설계, 직접 생산에 들어갔으며 이후 생산 협력사에게 배포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생산시설 현대화 투자는 견고한 부품 공급망 마련도 포함된다. 특히 렌즈에 사용되는 사파이어 글라스 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GT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스와 5년간 5억7800만달러 규모의 선불 계약을 체결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