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창조경제는 창조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 창출 등 3대 목표와 6대 전략을 기본 뼈대로 하고 있다. 벤처 및 중소기업이 창조경제 주역이 되도록 지원할 뿐 아니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혁신 역량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한국 정부는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고 첨단 과학기술 발전방안을 필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보통신(ICT) 분야의 혁신 기술 개발 및 확보 방안은 미래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현안 과제다.

한국은 정보통신 분야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하드웨어(HW)를 기반으로 성장해 소프트웨어(SW) 분야 발전은 상대적으로 미진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례에서 보듯 SW 분야의 원천 기술 확보와 창의적 사고를 지닌 전문 인력 양성 및 수급 문제는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전공으로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잘 알려진 국가가 아니다. 러시아라는 거인의 그늘에 가려 항시 주변인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필적할 만한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강국이자, IT SW 분야에서도 국제경쟁력을 보유한 유망 국가다.
우크라이나의 IT 산업은 주로 SW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달했으며,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국제적으로 IT에 대한 우수한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우크라이나에는 SW 아웃소싱 전문기업이 1000여개, 종사자는 2만5000명 정도 된다. 중동부 유럽 지역에서 최대의 시장 규모와 기업 수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2000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들이 SW 프로그램 개발에 열중하고 있어 세계적 SW 공급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풍부한 IT 전문 인력과 교육기관, 높은 IT 수준, 다양한 SW 프로그램 개발 경험,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 수준 등은 우크라이나 IT 산업의 가장 큰 매력 요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IBM, 삼성 등과 같은 세계 유수 기업도 우크라이나에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IT 전문기업인 룩소프트(Luxsoft)는 2012년 유럽 IT 아웃소싱협회 주관 올해의 아웃소싱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기존의 굴뚝산업을 대체할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IT 산업에 대한 집중적이며 다각적인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로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수교한 지 21년이 됐다. 양국 관계에서 새로운 변화와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정부의 `신(新)통상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IT 협력은 창조경제의 현실화를 위한 하나의 유용한 방안이자, 양국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양국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 간의 전략적 제휴와 협력을 통해 SW 기술 개발과 전문 인력 확보, SW 아웃소싱 프로젝트 진행 등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한국은 IT SW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한국의 뛰어난 IT 제조 분야 기술 노하우와 IT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다. 양국의 IT 상생 협력을 통해 한국은 유럽연합(EU)과 독립국가연합(CIS)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도 동시에 제공받게 될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우크라이나와의 IT 협력을 바탕으로 우주항공, 방산, 식량 기지, 광물 자원 확보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박정호 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 jcjhpark@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