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설비 투자 기조는…소폭 늘리지만 신중하고 꼼꼼하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올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차원(D) 낸드플래시 메모리 라인에 올해에 이어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 시스템반도체 14나노미터 핀펫(FinFET) 공정도 예정대로 내년 3분기부터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실적이 향후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성과에 따라 메모리 라인 증설 투자와 시스템반도체 신규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공정에만 총 70억달러(약 7조8078억원)를 투자하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은 현재 1단계 투자가 집행돼 올해 말까지 설비와 일부 라인이 완공될 예정이다. 공장 건설·설비 구축 비용이 약 2조원, 20나노급 낸드플래시 1만장 규모 라인 장비에 4000억원가량이 각각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약 60%가 투입됐다. 내년 2·3단계 투자에 약 3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 투자 구조도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반도체 신규 공정 투자에는 대당 800억~1000억원을 호가하는 노광(리소그래피) 장비가 전체 장비 투자의 10% 이상을 차지했지만 3D 적층구조 낸드플래시 공정에서는 화학증착(CVD)·식각(에칭) 장비 비중이 높아진다.

시스템반도체 증설 투자는 예정대로 경기도 화성 17라인 장비 발주가 내년 3분기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스템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가동률이 떨어진 상태여서 투자 규모는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17라인에서 메모리반도체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공정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실적이 향후 반도체 사업의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SK텔레콤이 인수할 당시 적자 상태였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이후 흑자 전환하면서 투자 여력을 비축해 왔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SK텔레콤의 투자금액 3조4000억원을 완전히 회수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투자 여력도 생긴다.

SK그룹은 지난해 초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경제적 부가가치(EVA, 영업이익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것, 신규 투자 등을 결정할 때 이용) 목표치를 12%로 잡고 내년까지 투자를 사실상 동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올해 기대 이상 실적이 좋은데다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호황이 예상돼 신규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본격 승부수를 띄울지도 내년 실적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8인치 웨이퍼로 운용되는 M8라인 외에 12인치 시스템반도체 라인 신규 투자 여부도 판단한다는 기조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쳐 내년에는 올해보다 20% 정도 투자가 늘 것”이라며 “다만 올해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 투자도 유동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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