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원가관리를 경영의 핵심 요소로 여기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원가관리 기법이 필요했다. 재무성과를 구매 공급망관리(SCM) 혁신에서 찾기 시작한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경영과 구매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매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고도화 했다. 이미 삼성전자(1위), 현대자동차(2위), 현대중공업(9위), LG전자(13위) 등은 아태지역 SCM 경쟁력 톱 15에 들어가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원가관리 기법이 요구되고 있다.

제품·서비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원가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전략적 원가관리` 방법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새로운 개념의 전략적 원가관리 방법론으로는 원가관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지미 앵클세리아가 창안한 `원가측정 모델과 에임앤드라이브`가 있다. 이 방법론은 쉘·화이자·도이치뱅크·3M·포드 등 글로벌기업의 원가관리를 혁신시켰다.
◇새로운 구매 SCM 기법으로 원가관리 필요
앵클세리아 원가측정 모델은 공급사와 구매기업이 관련 정보를 공유, 정확한 원가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에임앤드라이브는 정확한 원가계산이 실제 원가 절감으로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방법이다. 두 원가관리 모두 공급자와 함께 비용관리 전략 수립과 지속적인 비용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이 기법으로 제품·서비스의 실질적 핵심 원가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정확한 원가산정도 할 수 있다. 미래 가치를 고려한 원가산정과 기회비용 개념을 추가한 전략적 원가관리도 가능하다.
구매 담당자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원가관리 방안이다. 김은태 엠로 컨설팅사업본부장은 “앵클세리아 원가관리 기법은 제품 기능을 설계하는 연구개발(R&D) 등의 부서와 구매 단가를 결정하는 구매부서의 협력이 기본”이라며 “공급자의 원가정보를 구매기업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매자는 공급자의 모든 정보를 수치화하고 궁극적으로 공급자의 원가구조를 이해하고 관리해야 한다. 핵심은 기업이 단순 가격 중심의 원가관리와 구매 전략에서 탈피해 공급 제품의 시장 동향과 원가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이 구매 SCM 기법은 SCM 전문기업인 엠로를 거쳐 국내에 전달됐다.
삼일PwC가 제시하는 가치 기반의 구매 SCM도 새로운 기법이다. 기업의 계획·실행·의사결정 시 가치를 보이게 해 재무 연계성을 높인다. SCM과 재무망관리(FCM)의 업무영역 간 의사결정 과정을 통합, 기업가치 창출을 극대화 한다. 공급망 실행과정에서 가치에 의한 의사결정, 실행, 결과 분석과 피드백 체계를 구축한다.
◇포스코ICT, 구매 혁신으로 103억원 효과
서비스 분야의 대표적 구매 SCM 혁신 프로젝트로 포스코ICT 사례가 손꼽힌다. 포스코ICT 매출원가 구성은 수주산업의 특성으로 70%가 구매원가로 돼 있다. 구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달 부문 혁신이 필요했다.
2011년 10월 구매 SCM에 프로세스혁신(PI)을 진행했다. 먼저 구매 프로세스를 혁신했다. 기존에는 4단계의 공급사와 가격 협상구조로 이뤄져 수행 가능 가격보다 높은 원가가 책정됐다. 이는 견적 신뢰성 저하와 수주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적 견적금액으로 수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사구매시스템(EPI) 프로세스 재설계와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매 조직도 혁신했다. 수주 단계부터 구매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수주 연계형 책임조직을 구성, 구매 전문성을 강화했다. 조달 영역에 국한된 구매 기능을 전략구매 영역으로 확대했다.
자재명세서(BOM) 표준화 작업을 거쳐 시스템도 구축했다. 기존에는 BOM 정보 부재로 활용성이 저조해 설계 효율성이 떨어졌다. 설비·자재·공사·용역·총무·소액성 구매까지 전 구매 분류를 포괄하는 통합 표준 프로세스와 구매 시스템 고도화로 업무 수행을 일원화 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구매 혁신 프로젝트로 지속저인 구매 원가절감이 가능해졌다”며 “EPI 구축으로 103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