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떨어져 있던 행사를 함께 열었다. 앞으로 보다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모든 것을 열어 놓겠다. 각자의 것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부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 해 9조원에 가까운 연구개발(R&D) 예산을 다루는 미래부와 산업부. 우리 정부 R&D 투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두 부처 수장이 자리를 같이했다. 청와대가 아닌 대외 행사장에서 공동 주최 기관장으로서 동석한 것은 처음이다.
미래부와 산업부는 1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013 대한민국 R&D 대전`을 공동 개최했다. 최문기, 윤상직 두 장관은 이날 오후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 30여분간 전시장을 함께 둘러봤다.
대한민국 R&D 대전은 미래부와 산업부가 각각 지난 2009년과 2010년부터 단독 주최하던 R&D 성과전시회를 처음 통합 개최하는 행사다. 덕분에 기초기술에서 산업기술을 아우르는 국내 첫 R&D 전시회가 성사됐다.
행사 취지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자는 것이다. 미래부와 산업부는 지난 6월 차관급 정책협의회 이후 협력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윤종록(미래부), 김재홍(산업부) 차관이 소프트웨어·시스템반도체 기업 공동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이날은 장관들이 만났다.
두 장관은 개막행사 전 대기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윤 장관은 “미래부로 예산이 몰려 산업부 예산이 줄었다”고 농담을 건네는가 하면 새 정부 출범 전 지경부 소속이었다가 미래부로 이관된 우정사업본부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최 장관은 “지역에 내려갈 때마다 우체국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한다”며 관심을 보였다.
자연스레 협력에 관한 대화도 오갔다. 윤 장관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부처가 모든 업무를 할 수는 없다. 다른 부처가 더 잘할 수 있다면 타 부처로 업무를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도 행사장을 떠나며 “두 부처 간 사업 중복을 피하고, 힘을 모을 것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두 장관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각자 속으로는 요즘 고민이 적지 않다. 최 장관에게 창조경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다. 미래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윤 장관도 걱정이 많다. 지난 5월 원전 불량부품 사태 이후 밀양 송전탑 건설까지 겹쳐 에너지 현안에 빠져 지냈다. 올해 남은 기간은 재계가 강하게 요청하는 경제활성화 입법에 힘을 쏟아야 한다. 앞서 농담처럼 말했지만 이례적으로 감액된 내년 R&D 예산(안)도 걱정거리다.
이래저래 두 장관 모두 중장기적인 시각 아래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R&D 정책에 매진하긴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두 부처가 손잡고 R&D 행사를 개최한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행사에 참석한 산하기관 인사는 “미래부와 산업부가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각자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두 부처 수장의 만남에 기대를 표시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