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연구개발(R&D)활동을 하는 해외 석학은 한 목소리로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년과 승진 등 연구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해외 인재 유치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해외 연구기관에 파견이나 교육을 받는 국내 연구진도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지원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패트릭 다이아몬드 국가핵융합연구소 핵융합이론센터장은 지난 5일 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 공동 심포지엄 기념 좌담회에서 “WCI(월드 클래스 인스티튜드·World Class Institute)와 BP(브레인 풀·Brain Pool) 등 한국정부에서 시행하는 국제 연구인력 교류사업이 5년 정년제로 진행돼 안정적인 연구 활동이 힘들다”며 “해외 유치 인재가 연구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강조했다.

WCI는 정부 출연연구소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세계 수준 해외 우수 연구자를 국내 초빙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수 해외 과학기술자를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체 현장에 초빙하는 BP와 함께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시행하는 국제 연구인력 교류사업 주요 사업이다. 다이아몬드 센터장은 “1년은 준비단계, 2년은 적응 기간, 나머지 2년은 나갈 준비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해외 소속 기관이나 대학 등을 떠나 타지에 온 만큼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해외 인재가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연구과학자로 승진한 뒤 조교수가 되는 체계처럼 정년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제연구인력 교류 사업이 단순히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레이몬드 에릭슨 한국생명연구원 키노믹스 기반 항암연구센터장은 “외국계 연구원 유치도 중요하지만 한국에 있는 연구원이 국제사회와 더 교류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도 사업의 목적”이라며 “지금 한국 연구원은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아 좋은 경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릭슨 센터장은 “2~3개월 정도 짧게 해외 연구실을 접하는 것만으로는 논문도 쓰기 힘들다”며 “해외 경험을 가지고 돌아와 주요 학회지에 논문을 기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 우수 인력을 초청하는 것 만큼 한국 인력이 해외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과하기술조정관은 “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 예산이 2015년까지 투입되는 상황”이라며 “사업 성과가 좋은 만큼 해외 유치 석학 의견을 참고해 더 나은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