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제품 수출에 앞서 관리기관에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의뢰하는 전략물자 판정 신청 건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 전년대비 87.6% 늘어난 7708건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는 9월말 기준으로 1만1097건에 이르렀다. 판정 신청 의뢰건수가 늘어나는 데 비례해 전략물자 판정건수와 전략물자 수출 규정을 어겨 행정처분을 받는 기업수도 늘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KT가 무궁화위성 2,3호기를 홍콩 기업에 헐값으로 매각해 국부를 유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값을 받고 팔았냐는 문제가 아니다. KT같은 대기업조차 전략물자 관리제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당시 KT 경영진들이 장비가가 일정액 미만이면 신고 없이 매각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대목에선 실소가 나온다. 자그마치 4519억원을 들여 개발한 위성을 매각했음에도 관리 당국의 모니터링에 잡히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전략물자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렸는데도 인지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는 전략물자 관리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자원부 안에 전략물자 관리 제도를 전담하는 과를 신설했다. 무역협회 산하 전략물자무역정보센터를 확대해 전략물자관리원이라는 전담기관까지 설치했다.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의 전략물자 관리를 신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KT 무궁화위성 매각은 그동안 쌓아올린 우리나라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국제 사회가 보는 정부 신뢰도 문제다. 국내 현안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조직이 전략물자 관련 부서다. 과거 업무를 전담하는 과는 조직개편을 거치면서 몇 년 만에 다시 팀 규모로 전락했다. 전략물자 판정 신청이 늘어남에 따라 내년 중 전략물자 전담 조직을 확대개편 한다고 하지만 두고 볼 일이다.
전략물자 관리제도는 자칫 수출기업을 규제하는 `손톱 밑 가시`로 오해할 수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국제사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한 제도다. 수출 규제가 아니라 또 하나의 수출보험인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유지하고 기업 수출을 지원하려면 전문성과 체계를 갖춘 보다 꼼꼼한 상시체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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