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계열사별 적정 주식가격 및 기업가치 평가 점검에 나섰다.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진행하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경영성과 측정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삼성이 사업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이의 중간 점검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달 초부터 각 계열사의 주가와 적정 가치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각 회사의 실적과 목표 대비 성과를 측정하는 작업이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주식가치를 더 세밀하게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최근 진행한 사업부문 개편에다 추가 계열사 구조변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한 기업분석 전문업체 대표는 “지금까지 나타난 삼성의 사업 구조개편은 대부분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이의 중간 점검과 향후 진행할 작업 등을 사전 점검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하반기 들어서만 삼성SDS와 삼성SNS 합병, 제일모직 패션 부문의 삼성에버랜드 이관 등을 진행했다. 지난주에는 추가로 삼성에버랜드 급식 및 식자재사업 부문 분할과 건물관리 사업을 에스원에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계열사 간 사업 주고받기나 계열사 인수합병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연말 경영평가 차원에서 계열사의 매출과 이익, 연구개발 성과와 우수인재 확보, 사회공헌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기업 인지도와 주주관계가 반영된 주식가격 역시 하나의 중요 평가항목”이라고만 밝혔다.
본지가 CEO스코어에 의뢰해 조사한 삼성 주요 계열사의 주가 변화에서도 지배구조와 관련한 업체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연초 대비 지난 6일 종가 기준으로, 호텔신라는 63.2%의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건희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사장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이 회사 주가는 삼성이 본격적인 사업개편에 나선 시점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삼성SDS도 연초 대비 27.4% 오른 장외거래 시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SDS는 3세 계열분리 작업이 진행될 때 상장을 통해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는 회사다.
삼성물산도 지난 8월 초 삼성엔지니어링 주식매입 공시와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삼성엔지니어링 등 그룹 내 건설부문 통합 가능성이 언급되며 8월 이후에만 주가가 20% 가까이 올랐다. 이 밖에 제일기획(18.0%), 크레듀(16.8%), 삼성화재(16.6%) 등이 상대적으로 연초 대비 주가 상승폭이 큰 회사들이다.
반면에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오히려 연초와 비교해서 주가가 7.9% 하락한 상태다. 제일모직(-10.4%)과 삼성증권(-17.9%), 삼성전기(-22.7%) 등도 주가가 연초 대비 하락한 계열사들이다. 생산공장 신축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CEO가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은 삼성엔지니어링(-57.2%)의 주가 낙폭이 큰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 연초 대비 주가 변화/ 자료: CEO스코어. 비상장업체는 장외거래 시세 기준>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