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차원(3D) 설계·공정 기술이 시스템 반도체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센서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인텔·SK하이닉스·TSMC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차세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3D 요소 기술 확보 및 상업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3D 반도체 기술은 내년 이후 시장 경쟁 우위를 판가름 짓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3D 반도체 기술 상용화에 나서면서 설계·공정뿐 아니라 디자인·패키징까지 산업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3D 전환이 가장 빠른 곳은 낸드 플래시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적층한 브이(V) 낸드를 양산해 자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처음 적용했다. V낸드는 종전 낸드 플래시보다 10배 수명이 길고, 읽기·쓰기 속도는 2배 이상 빠르다. 전력 효율도 40% 이상 높아 꿈의 낸드 기술로 불린다. 내년 초 중국 시안 팹이 본격 가동되면 V낸드 생산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시바 등 경쟁사도 3D 낸드 플래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초 3D 낸드 플래시 샘플 제품을 생산해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도시바도 당초 2015년 3D 낸드 플래시 출시 계획을 수정해 조기 상용화할 예정이다.
시스템 반도체에는 10나노대 공정이 적용되면서 3D 핀펫(FinFET) 기술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핀펫은 기존 2차원 구조인 반도체를 3차원 입체 구조로 설계해 누설 전류를 줄인 기술이다. 트랜지스터 구조가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해 핀펫이라고 불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14나노 3D 핀펫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돌입한 데 이어 내년 양산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인텔도 최근 14나노 핀펫 라인을 시험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글로벌파운드리스 등 파운드리 업체도 내년 14~16나노 핀펫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CMOS 이미지 센서에도 3D 설계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이소셀이란 3D 이미지 센서를 개발해 스마트폰 카메라 시장 공략에 나섰다.
D램에는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이 적용되면서 패키징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기술을 AP에 적용하는 동시에 TSV 패키징을 상용화해 시스템LSI와 메모리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TSV는 D램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낸드 플래시를 모두 연결하는 기술이다. 단위 데이터를 전송하는 버스가 넓어지고, 칩간 물리적 거리도 가까워 시스템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D 반도체 시장 확대로 준비가 잘된 곳과 그렇지 못한 업체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며 “3D 반도체 후방 산업도 양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