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60>경계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이다

맹그로브 숲은 맹그로브의 거대한 뿌리로 형성된 시스템이 파도 에너지를 아주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태풍이나 쓰나미 때문에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천연 방파제다. 2004년 인도양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맹그로브 숲이 온전하게 남아 있던 곳에서는 숲이 파도를 막아준 덕에 재산 피해를 줄이고 인명을 구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생각보다 심각한 피해를 봤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맹그로브 숲은 일상적인 파도가 내는 에너지의 70~90%를 흡수하고 육지의 토양이 바다로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강 하구, 유기물 많은 고운 입자의 진흙(clay, silt)을 잡아 퇴적시키면서 새로운 땅을 만드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잡초가 강한 뿌리로 홍수로 인해 떠내려가는 흙의 유실을 막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맹그로브의 뒤엉킨 뿌리는 강물에 실려 온 퇴적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걸 막아주고, 가지와 줄기는 파도의 침식작용을 약화시키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새끼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군락을 이루게 되면 갯벌 바닥은 육지로부터 흘러내려 온 퇴적물에 의해 점차 육지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번식 방법으로 해안선을 확장하는 그 속도가 평균 연간 100m 정도나 된다고 한다. 맹그로브 나무는 지구 온난화 주범인인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내놓는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맹그로브 나무는 염분이 있는 척박한 갯벌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육지와 바다 경계 사이에서 아름다운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P B Shelley)는 `사랑의 철학`이라는 시에서 경계와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이질적 사물과 사람이 섞여 하나가 되는 과정을 노래했다. 경계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넘어서서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이`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람이 뒤섞이면서 아름다운 차이가 발생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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