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2030]<5>디자인 없이 강국 없다

지금까지 미래 디자인 가치를 통찰력 있게 예측한 디자이너나 기업· 국가는 언제나 디자인과 산업을 선도하고 디자인을 통한 강국을 만들어 왔다. 20세기 디자인 거장 레이몬드 로위는 `스트림라인`이라는 새로운 유선형 조형을 제안해 20세기 중반의 풍요로운 물질문화에 기반을 둔 세계 디자인 흐름을 이끌었다. 이탈리아는 1·2차 세계대전 패망 후 국가경제 부흥정책으로 과거 찬란했던 문화에 기반을 둔 디자인 흐름을 선점하고 관련 산업에 투자해 오늘날 디자인 강국이 됐다.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삶의 미래가치를 통찰하고 트렌드를 앞서 제안하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은 맥락 속에서 있다`고 하듯이 시대적 맥락은 미래 디자인 트렌드를 예측하고 창조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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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이미 지금은 정보화 사회를 지나 창의사회로 전환되는 시대라고 말한다. 창의시대는 단순히 정보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정보와 지식을 전과 다른 새로운 것으로 재조합·창조하는 예술가, 디자이너 등 우뇌형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다.

창의시대에 예술과 디자인이 경제적 사회적 가치창조의 중심이 되어가는 현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시대 대표 혁신기업 애플은 물질과 기술이 평준화되고 감성과 디자인 가치가 보다 중시되는 창의시대 도래를 통찰하고 디자인에 집중 투자해 21세기 혁신기업 대명사가 됐다. `타임`은 특집기사에서 애플의 연구개발(R&D)투자는 미국 내 81위, 마이크로소프트의 5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신기술 개발보다는 디자인에 집중 투자해 시장주도형 혁신을 이룬 것을 주목했다.

창조경제시대 도래와 발 맞춰 이미 많은 도시가 예술·디자인·건축·패션·영화·연극·게임·미디어 등 창조산업을 기반으로 창의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를린은 2001년 보베라이트 시장 이후 `문화는 베를린의 본질적 미래 자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예술인 이주보조금, 무료의료보험 혜택 제공 등 `베를린 예술도시 만들기` 프로그램을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2011년에 이미 예술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10%이상으로 급증했고 예술산업이 베를린 경제생산의 20%를 넘어 예술 디자인 분야의 수월한 경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영국도 디자인을 `21세기에 국운을 변환시킬 수 있는 제2 산업혁명`으로 설정하고 창조비즈니스를 선도할 국가디자인혁신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21세기 창의사회의 발전으로 예술과 디자인은 더욱 세계 산업경제와 도시 신 가치창조의 중심이 되고 있다.

3D프린터나 통신 네트워크 등 신기술 발달과 대중화로 미래사회는 일반인이 디자이너와 같은 창조적인 활동에 쉽게 참여하는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자이너 미래 역할은 물질 디자인과 함께 일반 대중 디자인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디자인 교육도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국가는 창의사회를 이끌 창의적 인재를 육성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과 디자인을 핵심으로 창의교육이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디자인은 지금까지 물질과 경제 위주 디자인 기능을 넘어 사회참여와 공공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미래에는 사회·공공·서비스·나눔처럼 사회 정의와 행복을 위한 공익적 디자인 활동의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20세기까지 문명 중심은 물리적 실체가 있는 사물이었다. 그러나 미래 창의사회는 비물질적 비가시적인 가치자본이 보다 중시돼 디자인가치는 창의성, 감성, 개인 경험, 지혜, 문화, 전통 등 인간 내면의 가치와 보이지 않는 의미나 스토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는 금세기는 물론 미래사회에 가장 중요한 지구 공동체적인 이슈로 등장한다. 도시농업이나 윤리적 녹색가치 소비 등 `녹색`에 관심이 일상생활에서 증대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디자인 표현은 절약과 절제, 청정과 무공해 등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하게 된다.

창의사회 도래와 함께 미래 디자인 기능은 기존 산업을 넘어 의료·행정·교육·도시 등 모든 사회영역과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된다. 기술 발달로 디자인 개념은 다양한 영역과 가치가 융복합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디자인 가치는 물질적 가치를 넘어 경험·감성·서비스 등 비가시적인 가치를 중시하며 지속가능한 종합적인 가치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이순종 서울대 미대 학장(국제미래학회 미래디자인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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