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이석채 KT 회장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오피스텔 15층에 임시 집무실을 차리고 상주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소식을 듣고 기자를 포함한 타매체 기자들이 현장에 모여들었다. 이에 앞서 4일 이 회장은 휴가계를 냈었다.
해당 오피스텔은 KT 소유의 부지 위에 올려진 건물로 15층의 9개 방 중 5개는 KT 소유다. 일선에서 물러난 경영고문 등의 사무실로 이용되기도 하고 가끔씩은 이 회장이 이곳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5일 이 건물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KT측에서 나서지도 않았다. 대신 경찰이 출동해 `퇴거 불응죄`를 거론하며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몰아냈다.
언론 접촉을 피하고 싶은 이 회장의 심경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대부분 언론이 KT CEO 자리에 대한 정치적 논란을 떠나 독단 경영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1급수에서 사는 물고기`라고 정면 대응했던 이 회장의 지난달 말 발언을 생각하면, 지금처럼 숨어있는 자세는 앞뒤가 맞지 않다. 고발된 배임혐의에 압수수색 이후 흘러나오고 있는 비자금설 등 지금 KT의 이미지는 1급수와 거리가 멀다.
당장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회장은 “임직원이 받는 고통을 생각해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갖 추측성 소문들로 KT 임직원의 고통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5년 전의 데자뷰일까.
얼마 후면 이사회가 열리고 새 CEO가 빠르면 연내 선임될 것이다. 새 CEO는 전임 CEO의 그림자를 지우려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에 나설 것이다.
이 회장의 말처럼 이 와중에 KT 직원들은 계속 상처받을 것이다. 한 KT 직원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회사가 계속 다녀도 괜찮냐는 얘길 듣는다”며 “KT에 입사 후 가져왔던 자부심이 산산조각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 회장이 그들의 상처를 보듬으려면 밝힐 건 밝히고 용기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사태는 빠른 해결만이 힐링의 첫 단계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