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 천국에 미래는 없다"…유럽 스타트업 자성 목소리 높아진다

10대 소녀 사진의 여드름이 얼마나 갈지 알려주는 앱. 최근 유럽의 한 스타트업 콘테스트 최종 결선에 오른 앱이다. 새 기술이라 하기에 허접해 보인다. 유럽 스타트업 업계에 혁신 부족을 탓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유사한 개념의 앱을 쏟아내는 유럽 창업 생태계가 경제·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보도했다. 미숙한 `창업가 지망생(Wannabe Entrepreneurs)`을 줄여 폄하한 신조어 `워너프러너스(Wannapreneurs)`까지 등장했다.

새 아이디어 없이 기존 히트작을 따라만드는 창업 풍토가 만연한 현실이 가장 큰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만여개 스타트업이 제품을 선보인 `더블린 웹 서밋(Dublin Web Summit)`이 이같은 `미투(Me-too)` 앱으로 넘쳐났다고 지적했다. 택시 호출 앱이나 사소한 사진 공유 앱이 대표적이다.

전 유럽에서 경제적 투자는 이뤄지고 있지만 창업가적 도전 정신이 못 미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다. 스페인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티 테크놀로지스의 자린 덴첼 창립자는 “유럽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려면 창업가 정신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덴첼은 스페인이 12억유로(약 1조7200억원)에 달하는 공공 자금을 효율성 없는 스타트업 에코시스템에 쏟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덴첼은 “필요하지 않은 기업을 만드는 많은 사람만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창업은 하지만 개발자는 없고 정작 필요한 세부적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영국의 닉 홀스테드 데이터시프트 창업자는 “가장 큰 문제는 창업가의 태도”라며 “베낀 앱을 만드는 개발사는 진정으로 회사를 키울 의지가 약하고 누군가 와서 인수해주기만을 바라기 마련”이라고 비난했다. 기업을 건전히 성장시키려는 열정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솔 클라인 인덱스 벤처스 애널리스트는 “유럽이 혁신 문화를 만들려면 많은 투자 실패 경험을 인정해야 한다”며 “62%의 유럽 벤처 캐피털 투자가 실패했다”고 부연했다. 유럽에서 7억4000만 유로(약 1조원) 규모의 공공 자금 성공을 위한 밑천으로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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