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필연적으로 경제성장속도가 둔화되고 급기야 정체되는 단계에 직면하게 된다. 선진국들이 그랬고 우리나라 역시 성장률 2%대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각 국은 새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정부와 민간 모두 전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현 정부 들어 `창조`라는 산업계에서는 다소 익숙지 않은 수식어를 써가며 성장률 제고와 고용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업계도 각 산업 분야별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강화하고 있다.

정보화 및 지식화 시대라 일컫는 1990년대 이후 뉴 비즈니스 및 고용 창출 실현도구(enabler)로 모든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돼 왔던 것이 IT다. 현재의 `창조경제`에서도 IT 컨버전스, 소셜네트워크, 빅데이터 등의 용어들이 주로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IT는 창조경제를 구체화하는 도구(enabler)로써 여전히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가 강조되면서 떠오른 또 하나의 용어가 `상생`이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큰 기업과 작은 기업이 골고루 잘되는 성장을 하자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창조경제 시대에 가장 적합한 성장 모델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 애플과 구글의 성공사례에서 보듯 플랫폼이란 말그대로 여러 참여자가 다양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초 토대다. 이는 대부분 IT를 기반으로 구현된다. 자금과 방대한 고객을 보유한 대기업이 기초 토대 마련을 주도하고, 반짝이는 사업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보유한 다양한 중소기업이 참여해 공생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활성화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상생 성장 모델이지 않겠는가?
최근 대기업 군에 속하는 IT업체들은 경기침체와 금융감독 규정의 강화, 공공 IT시장의 참여 제한 등으로 신규 대체시장의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졌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IT기업이 전통기업과 협조해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선 이런저런 이름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여기저기서(대부분 포탈업체들 중심) 런칭돼 일부 성공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IT기업과 전통기업 간 진정한 상생융합이라기 보다는 온라인 거래의 확장을 플랫폼 비즈니스로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온라인 업체에만 해당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려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열린 마인드로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크고 작고를 떠나 대단히 폐쇄적이다. 외부와의 아이디어의 공유나 협업은 고사하고 내부에서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열린 마인드 없이는 수많은 혁신 실패 사례에서 보듯 모양만 갖추고 실속은 없는 낭비의 연속이 될 뿐이다.
둘째, 가치 있는 플랫폼을 발굴해야 한다. 기업이 보유한 자산 중 가치있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해 플랫폼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 기술뿐 아니라 고객, 브랜드 등 기업자산 모두를 플랫폼화 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단기 수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플랫폼 구축은 장기간이 소요되며 초기에는 프로세스 정착, 참여자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적자가 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플랫폼이 정착돼 직접수익뿐 아니라 파생수익 발생까지 고려해 장기적 관점의 수익추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정보화 모범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글로벌 상생성장 모범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갑훈 동부CNI 상무 leekaphoon@dongbucni.com